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14일 기준금리 조정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씩 인상)을 밟은 뒤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지만, 지속적인 고금리 상황도 예고했다.
연방공개시장위는 14일 이틀 간의 회의를 마치면서 기준금리를 4.25~4.5%로 0.5%포인트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래 가장 높아졌다.
연준이 6월 이후 지난달까지 4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을 선택한 뒤 12월 인상 수준은 0.5%포인트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꺾이는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 하루 전인 13일 발표된 미국의 전년 동월 대비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1%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에 9.1%로 정점을 찍은 이래 7월 8.5%, 8월 8.3%, 9월 8.2%, 10월 7.7%로 둔화 추세가 이어져온 터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둔화 소식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다”고 반응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11일 방영된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으면 내년 말까지는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은 물가의 고삐를 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상당 기간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0월과 11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가격 상승 속도에서 환영할 만한 감소세를 보였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하향세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역사적 경험은 성급하게 정책을 완화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며 “연방공개시장위는 인플레이션이 일관되게 (목표치인) 2%를 향해 움직인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방공개시장위 위원들이 2023년 말 기준금리를 예상한 점도표 중간값은 이런 인식을 반영하면서 지난 9월 4.6%에서 이번에 5.1%로 올랐다. 2024년 말 점도표 중간값은 4.1%다. 또 연준은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로 9월 전망(1.2%) 때보다 상당히 낮췄다. 올해 성장률도 0.5%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지 말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결국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확실히 경기침체를 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미국의 물가 오름세 추이가 어떻게 변하고, 연준이 이에 맞춰 얼마나 속도 조절에 나설지가 금융시장 등의 큰 관심사다. 물가 상승률 둔화가 이어진다면 통화정책의 연착륙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률 감소세가 계속되면 내년 1월31~2월1일에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로 내려가지 않겠냐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방공개시장위 회의 결과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누르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일 연방공개시장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인상 속도를 둔화시킬 시간이 다가온다”면서도 기준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 얼마나 유지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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