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는 미국 중앙은행이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4분기 기준·전년 대비)을 기존 1.2%에서 석 달 만에 0.5%로 대폭 하향한 건, 대외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의 내년 여건도 살얼음판이라는 걸 보여준다. 대다수 기관들은 한국의 내년 실질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끌어내리며 경기 하강을 점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앞으로 경제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 예상되고 내년은 금년보다 어려울 것 같다”며 “주요 기관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대 중후반으로 전망하고 있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고물가 대응을 위해 단행한 급격한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물 경제 악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수출 악화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 수요 감소로 한국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10월과 11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각각 5.7%, 14% 줄며 이런 우려는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대미국 수출액이 한국의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완화 등이 이뤄져도 세계 경제의 성장세 및 교역 둔화 여파로 한국의 내년 상반기 상품 수출 증가율이 올해 상반기에 견줘 3.7%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1.5%로 0.8%포인트나 낮춰 잡으며 전망치 하향 이유로 ‘대외 부문 약화’를 꼽았다.
코로나19 완화로 경기 회복을 이끌던 내수도 전망이 썩 밝지 않다. 고물가·고금리로 가계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내리며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통계청이 공표하는 내수 서비스업 지수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올해 1분기 0%에서 2분기 2.8%로 올라갔으나 3분기엔 1.5%로 축소됐다.
최근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한국은행 전망치는 1.7%로 이보다 낮다. 성장률이 올해(2% 중후반 예상)보다 축소되며 경기 둔화를 겪으리라는 것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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