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깃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내년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갈 배당금 추정액을 재무제표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하기로 했다. 배당금 추정액이 자본으로 분류되면 유배당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매입한 삼성전자 주식이 계속 처분되지 않은 채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지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결정이다. 금융당국이 이례적 조항까지 꺼내들어 보험계약자 몫에 ‘부채’라는 꼬리표를 달아 두었지만, 삼성생명은 뚜렷한 매각 계획 없이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28일, 내년 1월 보험회사에 적용될 새로운 회계기준(K-IFRS1117호·K-IFRS 1109호) 도입을 앞두고 재무제표상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갈 몫을 자본이 아닌 부채로 표기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 가치는 약 30조원이며, 이 가운데 약 6조원은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몫으로, 재무재표상 ‘부채’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내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이 부채에서 자본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삼성생명이 새 회계기준 변경을 명분으로 유배당 보험 계약자 몫을 자본으로 분류해 향후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이 없으며 배당 계획도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처분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금감원은 이날 “재무제표이용자의 오해를 유발하는 경우 회계기준 원칙과 다르게 회계처리할 수 있다고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 조항을 적용해 현행과 같이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몫을) 계속 자본이 아닌 부채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조처로 유배당 보험계약자 배당 몫에 관한 회계처리 논란이 일부 해소됐으나 근본적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새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도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뚜렷한 매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새 회계제도 적용도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전제로 이뤄질 예정이다. 즉, 삼성전자 주식 중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몫’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단기 매매 계획이 없는 기타포괄손익(자본)으로 회계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식을 현재와 같이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하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 변동분이 삼성생명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관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같은 회계 처리로 인해 애초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몫도 함께 자본으로 구분할 수 있었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조처로 이 부분은 부채 분류가 유지된다. 다만 현재처럼 부채로 분류한다고 해서 삼성전자 주식을 반드시 매각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새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이미 몇년 전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서도 리스크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삼성생명처럼 자기 계열사 주식 지분을 매도가능증권(기타포괄손익)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특이한 경우”라며 “통상 보험사들은 보유 목적의 계열사 주식을 20~50% 가지고 있을 경우 ‘관계·종속기업투자' 항목으로 분류하는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8.51%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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