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을 안 한 건가, 못 한 건가?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참석 경제계 신년회 행사에 나란히 ‘불참’한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케이티와 포스코는 지난 2일 열린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 초청 대상에 포함됐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두 회사에) 저희가 초청은 했는데 못 오신다고 회신을 받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각각 회원사를 중심으로 250여명가량 초청 대상을 추렸다. 두 단체는 초청 대상 기준과 전체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 대표와 최 회장의 불참은 이례적이다. 이날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재계 신년회인 데다, 현직 대통령 참석은 7년 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장관 10여명이 참석한 자리여서 500여명의 최고경영자(CEO)급 기업인이 성황을 이뤘고, 전례없이 10대 그룹 총수들도 총출동했다. 특히 두 기업 수장들은 대한상의 신년인사회의 단골 멤버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내부 다른 중요 일정이 겹쳐 신년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30대 기업 중에 10개 정도는 안 온다고 하길래 우리도 넘어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케이티 쪽은 “경영 일정이 다난해서 참석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따로 해석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케이티 시이오가 오너는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최 회장과 구 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시무식에 참석했다.
재계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인허가 사안이 많은 데다 최고경영자 거취 등에서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두 기업 수장이 나란히 대통령 행사에 불참한 이유가 석연치 않아, 과거 정권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가 중도하차한 흑역사를 연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행사에 국외출장 중인 것도 아닌데 자진해서 불참했다는 건 잘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케이티 회장이 대통령의 해외 방문 경제사절단에서 잇따라 배제됐는데, 새 정부가 두 회장한테 ‘아웃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두 회장은 연임에 성공한 직후였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세력이 그들의 임명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며 ‘박근혜 사람’으로 지목됐다. 권 회장은 이듬해 4월 임기를 2년 남기고 일신상의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다. 황 회장은 임기를 마쳤다. 이런 상황은 정권교체기 때마다 반복됐다.
현 최정우 회장과 구현모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 선임된 이들이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해 2024년 3월이 임기 만료다. 구 대표는 최근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임돼 내년 3월 주총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구 대표의 경우, 옛 참여정부 출신 사외이사들과 참여정부 시절 사장 출신 경영고문이 그의 연임을 주도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고, 포스코와 케이티의 국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연임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 두 기업 수장의 재계 신년회 불참이 자의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통령실은 “기업인 초청 대상은 주최한 민간단체가 알아서 한 일”이라는 입장이고, 대한상의 쪽은 “대통령실에서 초청 명단을 가감한 건 없다”고 밝혔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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