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5명 중 1명은 대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순위 상위 30대 그룹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20개 계열사 사외이사 771명 중 168명, 21%가 2곳 이상의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상법상 사외이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2곳까지 겸직할 수 있고, 연임은 동일 기업에서 6년까지 가능하다.
겸직 사외이사의 경력을 보면, 현직 교수가 73명(43%)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서울대(22명), 고려대(10명), 연세대(9명), 카이스트(5명) 4개 대학 교수가 46명이었다. 이어 관료 출신이 55명(34%)에 달했다. 출신 부처는 국세청(12명), 검찰(9명), 사법부(6명), 산업통상자원부(6명), 기획재정부(3명) 순이었다. 특히 관료 출신 겸직 사외이사의 절반가량(27명)은 김앤장, 광장, 율촌, 태평양, 화우 등 대형로펌의 고문 등을 지낸 이력이 있었다.
그룹별로 보면, 겸직 사외이사 168명 중 절반이 넘는 91명(54%)이 삼성·에스케이(SK)·현대자동차·엘지(LG)·롯데 등 5대 그룹 사외이사였다. 현대차그룹이 겸직 사외이사(72명 중 24명)가 가장 많았고, 에스케이 19명, 삼성 18명, 엘지 14명, 롯데 16명 등이다. 매출 상위 대기업 300곳의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 금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5410만원이었다.
박주근 소장은 “겸직 사외이사 상당수가 정부의 각종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대기업들이 대외 네트워크로 활용하려 영입한 의도가 짙다”며 “이해상충까지는 아니더라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고 사내이사를 견제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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