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카드 결제하는 모습. 연합뉴스
학업을 잠시 쉬고 있는 대학생 이아무개(24)씨는 낮에는 편의점, 저녁에는 호프집에서 일한다. 마음 같아서는 낮에 한 사업장에서 오래 일하고 싶지만, 주당 15시간 미만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대부분이라 엉겁결에 ‘투잡’을 뛰게 됐다. 이씨는 “딱 최저임금만 주면서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여러 명을 굴리는 곳이 워낙 많다. 프랜차이즈 카페나 대형 영화관 일자리도 대부분 주당 14시간짜리였다”고 말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취업자가 157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6만5천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의 5.6%를 차지해 규모와 비중 모두 200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대였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법적으로 주휴수당·퇴직금·유급 연차휴가 등이 보장되지 않는 대표적인 노동권 사각지대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대상도 아니고 기간제법에서 보장하는 ‘2년 후 정규직 전환’ 대상도 아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풀타임’ 노동자 1명을 채용하는 것보다 14시간씩 ‘쪼개기 고용’을 하는 것이 인력운용의 유연성은 물론이고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한 전략이 되는 것이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증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주 15시간 미만 취업자는 2000년에는 43만6천명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86만6천명으로 1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2018년(109만5천명)에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고 150만명(2021년 151만2천명)을 넘어서는 데까지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시간 일자리는 최근 10여년 사이 줄곧 증가 추세였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라 기업들이 단시간 일자리 위주로 인력을 채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통 ‘초단시간 노동자’라고 하면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을 떠올리지만 실제 초단시간 노동자의 모습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우선 초단시간 일자리의 상당수는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초단시간 노동자가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산업은 보건복지(37.3%)와 공공행정(14.1%)이었고, 초단시간 노동자 가운데 60살 이상 노령층은 57%에 육박했다. 그 밖에도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 도서관 사서, 콜센터 상담사, 임상병리사, 간호사 등 각계에서 초단시간 노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청년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비자발적으로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청년도 2021년 기준 30.8%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초단시간 노동의 확대는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초단시간 고용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유급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사회보험을 의무가입하도록 정하는 등 보편적 권리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영세 사업장에는 사회보험료를 직접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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