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언론회관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주된 리스크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회복으로 인한 유가 반등 가능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새해에는 물가와 경기 간 상충관계가 심화해 통화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한은과 시장 간의 시각 차이가 이미 커졌을 가능성은 부인했다.
이 총재는 18일 외신기자단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어 “(올해) 걱정스러운 것은 가상적이지만 중국 경제의 회복이 빨랐을 경우 유가를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반등하면 미국 물가도 자극을 받아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도 최근 70∼80달러대로 떨어진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정학적 분절화로 인한 수출 타격,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도 올해 주된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했다.
향후에는 한은과 시장 간의 시각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는 더딘 반면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이 본격화하면서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총재는 “한국의 경우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금년중 전기·가스 요금 등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며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한은과 시장 간의 ‘줄다리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시장에서는 국고채 2∼50년물 금리가 대체로 기준금리(연 3.50%)를 밑도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시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통위 위원 3명은 (최종 금리를) 3.50%, 3명은 3.75%로 본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3.75%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예상을 조정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금리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채는 리스크 프리미엄과 상관 없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금리가 굉장히 많이 올라갔다가 (최근에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떨어지면서 국고채 금리도 같이 떨어졌다고 본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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