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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30평대 관리비가 55만원…설 밥상머리 화두는 ‘난방비 폭탄’

등록 2023-01-24 15:16수정 2023-01-25 08:58

뽁뽁이까지 붙였는데 36만원→55만원 치솟아
설 밥상머리서 “난방비 얼마 나왔냐”가 인사말
추경호 “1분기 물가 4%”…“민심과 동떨어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30평형 아파트에 사는 이아무개(49)씨는 최근 1월 관리비 명세서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 12월엔 36만6800원이었던 관리비가 1월엔 54만9610원이나 나와서다. 이씨는 “수도·전기 사용량이 지난달과 차이가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관리비 폭탄’의 주범은 난방비”라며 “겨울철이라 아무리 난방을 더 했다고 해도 창문마다 뽁뽁이를 붙이는 등 대비를 철저히 했는데, 난방비가 20만원이나 더 나온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올해 설 명절 밥상머리 화두는 ‘난방비 폭탄’이었다. 도시가스요금 급등 여파로 난방비가 수직 상승하면서 가족·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엔 어김없이 난방비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4차례에 걸쳐 도시가스요금을 올린 정부가 올해 1분기에는 ‘동결’을 결정했지만, 24일 또다시 불어닥친 역대급 한파에 전기요금 등 다른 공공요금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어 서민들의 ‘원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도권에 거주하는 손아무개(68)씨는 설 연휴 때 자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난방비 폭탄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민생 성토장’이 벌어졌다고 했다. 손씨는 “아이가 없는 둘째 딸이 20평형 아파트 난방비가 17만원이 나왔다고 하자 같은 평수에 사는 셋째 딸이 ‘17만원은 양반’이라며 본인은 23만원이 나왔다고 말을 받는 식이었다”며 “이어 ‘평소엔 1시간마다 5분씩만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조절해두라’ ‘온수 데우는데 가스 소모량이 많으니 온수 온도를 40도에 맞추라’는 등 각자가 아는 난방비 절약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의 45년 된 아파트에 사는 유아무개(68)씨는 최근 엘리베이터 문 앞에 붙은 관리소장 명의의 게시물을 보고 난방비 폭탄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했다. 유씨는 “우리 아파트는 지역난방을 하는데 안내문에는 ‘지난 4월1일 2.7%, 7월1일 11.2%, 10월1일 20.7%가 올라 1년 사이 총 34.6%가 올랐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난방비 폭탄 때문에 문의가 얼마나 폭주하면 이런 안내문을 붙였을까 싶다. 집을 비울 때도 난방을 조절할 수 없다 보니 부과되는 대로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도시가스요금(주택용 기준)이 계속해서 올랐다. 지난해 도시가스요금은 4·5·7·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메가줄(MJ)당 5.47원 인상됐다. 이렇게 난방비가 오른 이유는 도시가스요금에 연동되는 도시가스의 원료에 해당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 문제가 심화하자 가격이 올랐다. 2021년 기준 세계 천연가스 수입 3위인 한국으로서는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난방비는 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지역난방)으로 나뉘는데, 도시가스요금은 액화천연가스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매긴 뒤 각 시·도가 공급비용을 감안해 소매요금을 결정한다. 열요금은 난방·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요금으로,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집단에너지사업자가 도시가스요금에 연동해 가격을 조정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1분기와 지난해 11월 액화천연가스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10달러에서 28달러로 2.8배 올랐다”며 “주택용열요금도 메가칼로리(M㎈)당 지난해 3월 65.23원에서 지난해 11월 89.88원으로 8개월 사이 37.8%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큰 폭의 인상률을 감안해 올해 1분기에는 가스요금을 동결하고, 취약계층에 지급하는 에너지바우처를 지난해 가구당 평균 18만5천원(동절기 14만5천원·하절기 4만원)에서 올해 19만5천원(동절기 15만2천원·하절기 4만3천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지원책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서민들의 고통은 앞으로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스와 함께 난방의 한 축인 전기요금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서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4·7·10월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19.3원 오른 데 이어 이달에도 킬로와트시당 13.1원 추가 인상됐다. 정부는 올해 2분기 이후에도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한 언론에 출연해 “공공요금 인상이 대기하고 있어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지만, 앞으로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며 “1분기를 서서히 지나면 아마 4%대 물가를 보게 될 것이고, 하반기에는 3%대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아든 서민들의 고통과는 동떨어진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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