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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멍멍 야옹’ 큰 손 잡아라…5조 반려동물 시장 각축전

등록 2023-01-30 08:00수정 2023-01-30 11:43

치킨·제약업계 뛰어든 먹이 시장…비건사료·유산균도
최첨단 기술 무장한 가전·통신업계 ‘펫 테크’ 시장 공략
기사·차량에 펫 로스 증후군까지 돌보는 ‘장례 서비스’
엘지(LG)유플러스 펫토이. 엘지유플러스 제공
엘지(LG)유플러스 펫토이. 엘지유플러스 제공

15년 차 ‘집사’ 이아무개(47)씨는 점점 나이가 드는 반려묘를 위해 최근 ‘장례 서비스’를 알아보고 있다. 이씨는 “이미 한 번 고양이를 떠나 보낸 경험이 있는 터라 ‘무지개 다리를 건 널 때’를 미리 대비하는 편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며 “20만원대부터 200만원대까지 가격과 서비스가 다양한데, 조금 비싸더라도 반려묘의 생을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기 위해 매달 적금 붓듯 따로 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무개(40)씨는 최근 7살짜리 반려견의 관절 건강을 위해 거실 바닥재를 바꿨다. 표면에 격자로 올록볼록한 무늬가 있어 미끄럼 방지도 되고, 긁힘에도 강한 재질로 만들어진 바닥재다. 조씨는 “개가 나이가 들면 슬개골 등 관절이 안 좋아져 바닥이 미끄러우면 다치기 쉽다”며 “반려견도 가족의 일원인데, 건강을 생각하면 돈을 조금 더 쓰거나 번거로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인 4명 가운데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구 1500만 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우리 딸, 아들’ ‘막둥이’라고 칭하는 등 가족처럼 여기는 펫펨족을 겨냥한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조9천억원 규모였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올해는 4조5786억원에 이르고, 2027년에는 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식품업계는 물론, 화장품업계, 치킨업계, 가전업계, 제약업계, 통신업계 등이 속속 반려동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 먹이: “더 건강한 음식을 줄게”…비건 사료·간식에 유산균·영양제도

반려동물 사료는 식품업계는 물론 치킨업계까지 뛰어드는 ‘핫’한 시장이다. 풀무원·동원에프앤비(F&B)를 비롯해 하림·제너시스비비큐(BBQ)·굽네 등 치킨업체들도 일찌감치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케이지씨(KGC) 인삼공사 정관장의 지니펫 역시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홍삼 사료’를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사료 개발·판매에 나섰다. 종갓집 김치로 유명한 대상도 지난해 말 정관의 사업 목적에 ‘애완용 동물 및 관련 용품 도·소매업’을 추가하며 반려동물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 시장에서는 대체육·비건 사료가 인기다. 비건 사료가 저품질 육류 성분보다 되레 안전성도 높고 알레르기도 덜할 뿐 아니라 노령견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펫 사료업체인 제로펫 에프앤비는 이달 초 고품질 콩단백 중심으로 영양소를 배합한 ‘그레잇빌리 저탄소 대체육 비건 펫푸드’를 선보였다. 대체육으로 각광받는 식용곤충을 재료로 한 반려동물 간식도 출시됐다. 대웅펫은 이달 초 식용곤충을 이용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영양간식을 선보이는 브랜드 ‘애니웜’을 선보이고, 전용 간식 제품 ‘애니웜 트릿 3종’(고구마·단호박·연어)을 출시했다.

제약업계는 유산균, 체력 보강제, 관절 영양제 등 다양한 건강기능식품도 내놓고 있다. 광동제약은 숙지황, 홍삼 농축액, 아카시아 벌꿀 등이 함유된 프리미엄 반려견 영양제 ‘견옥고’를 양갱 형태와 스틱포(츄르형)로 출시했고, 일동제약은 반려동물 장 건강용 프로바이오틱스 ‘일동 비오비타 시리즈’와 ‘더 정직한 보스웰리아’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펫 휴머니제이션’(반려동물의 인간화)이 뚜렷한 분야가 펫푸드와 영양제 시장”이라며 “가족의 일원인 반려동물에게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은 재료로 만든 고품질의 제품을 먹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놀이·생활: “어디 있든 널 챙겨줄게”…가전·통신업계 ‘펫테크’

가전업계도 반려동물을 겨냥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통신업계 역시 통신기술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앞세워 반려동물 시장 공략에 나섰다.

물이나 사료를 자동으로 급여하는 ‘스마트 급수기’와 ‘스마트 급식기’, 털을 쉽게 말릴 수 있는 ‘펫 드라이룸’ 등은 이미 보편화됐다. 현대렌탈케어 등 가전렌털 업계는 이러한 스마트 기기 대여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맞춤형 기기도 출시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브랜드(PB) 하이메이드를 통해 ‘펫 풋 클리너&마사지기’를 선보였다. 반려견이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발을 세척하고 마사지를 해주는 무선 제품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시장이 커질수록 고객의 요구도 다양해지는 만큼 반려동물 스마트 기기 역시 세분화한 기능과 디테일한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생활을 좀 더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브에어 펫케어’는 ‘펫 맞춤 청정’ 기능을 넣어 반려동물 털·냄새를 제거해주고, ‘비스포크 제트 봇 에이아이’는 반려동물의 일상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싱스’ 앱을 탑재해 돌봄 기능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펫테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엘지유플러스(LGU+)가 지난해 내놓은 ‘펫토이’와 ‘포동’이 대표적이다. 펫토이는 본체에 간식이 담긴 공을 최대 5개까지 담아 보호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 밖에서도 공을 내보내 노즈워크(코를 이용한 놀이)를 유도한다. 공이 굴러나오면 반려견이 두려워하는 초인종·천둥소리 등이 흘러나와 생활소음 훈련도 해 준다. 포동은 반려견 엠비티아이(MBTI)라 할 수 있는 성향분석 검사인 ‘디비티아이’를 제공하면서 상담소·훈련사와 견주를 연결하는 훈련 클래스를 운영하는 서비스다.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반려견을 야생성, 의존성, 관계성, 활동성 등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문제 행동을 교정할 수 있도록 돕는데, 출시 6개월 만에 등록견이 15만마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반려동물 건강관리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내놨다. 병원에서 촬영한 반려견의 근골격(7종)과 흉부(10종) 등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인공지능(AI)이 약 30초 이내에 다친 부위의 정확한 위치와 비정상 소견 여부를 판별해 수의사에게 제공하는 웹 기반 서비스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기존에 보유한 통신·사물 인터넷 기술과 접목해 국내 반려동물 인구를 공략하는 만큼 시장 확장성이 커, 업계가 속속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죽음: “보내는 길까지 편안하게”…다양한 장례 서비스

반려동물은 생활폐기물의 일종으로, 매장은 불법이며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는 폐기물관리법에 충격을 받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이런 걱정을 덜어줄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업체도 성업 중이다. 단순히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해주는 ‘화장 시스템’을 넘어, 자칫 ‘펫 로스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는 반려인의 마음까지 보듬는 세심한 서비스를 자랑한다.

반려동물의 종류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업체 21그램은 개·고양이는 물론 새·거북이·달팽이·물고기 등 다양한 소동물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자영 21그램 사업총괄그룹장은 “물고기는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물기를 분무해주고, 고슴도치·햄스터는 톱밥을, 새는 나뭇가지로 관을 장식해주는 등 생전 모습과 가장 가깝게 마지막을 기억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돕는다”며 “화장 후 유골을 사리와 같은 스톤으로 만들거나 납골당에 안치하는 등 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구를 원할 경우, 청각장애인 기사들의 사회적 기업 ‘고요한 모빌리티’를 연계해준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일종의 상조서비스인 ‘펫 멤버십 서비스’도 출시됐다. 헬스케어 디바이스 기업 텐마인즈는 최근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멤버십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이 회사의 ‘우리아이펫’ 서비스는 한 달에 7900~1만1900원씩 일정 기간을 납부하면, 염습·추모·화장과 이에 필요한 수의·관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화장장까지 편안하게 데려갈 수 있도록 기사와 차량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지에스(GS)리테일의 자회사 ‘어바웃펫’은 반려동물 노령화 시대에 맞춰 그에 따른 상담과 펫 로스 증후군 등 감성 케어까지 진행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비대면으로 시간 제약 없이 진행되며,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상담사가 일대일 맞춤 상담을 제공한다. 박찬영 어바웃펫 고객케어파트 매니저는 “현재는 반려동물 양육에 관한 상담이 주를 이루는데,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만건이 넘는 상담사례를 기록 중”이라며 “앞으로는 시니어 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견 보호자들을 위해 좀 더 차별화하고 세분화한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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