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에서 계층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매년 감소해 10년 사이 10%포인트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중산층 규모는 정부의 소득지원 확대를 바탕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계층 상향 이동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1일 이런 내용의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에서 주로 쓰는 기준인 ‘중위소득 50∼150%’를 ‘중산층’으로 규정했다.
최근 10년(2011∼2021년) 동안 시장소득 기준 중산층 비중은 50% 내외에서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소득은 근로·사업·재산소득 등 경제 활동을 통해 번 돈을 말한다. 그런데 시장소득에 정부 지원금까지 포함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2011년 54.9%에서 2021년 61.1%로 뚜렷하게 확대됐다. 처분가능소득은 총 소득에서 세금 등을 내고 남은 돈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중산층 소득 범위는 4인 가구 기준 월 265만∼794만원에 해당한다.
그러나 본인 세대와 다음 세대가 계층 사다리를 타고 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는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자녀 세대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1년 41.7%에서 2021년 30.3%로 큰 폭 감소했다.
본인 세대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서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 ‘높다’라고 답한 비율이 2011년 28.8%에서 2019년 23%로 감소했고, 2021년에는 25%로 소폭 올랐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소득 이동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기준연도 대비 1년 뒤에 가구소득(시장소득)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토대로 ‘소득 이동성 지표’를 살펴본 결과, 2011~2015년 소득의 절대적 변화는 축소됐다. 2011년에는 기준연도 대비 30.4%의 소득이 변화했다면, 2015년에는 26.2%의 소득만 변화했다. 통계 단절이 생긴 이후인 2016년부터 2019년 사이에도 소득 이동성은 꾸준히 감소했다. 2년 뒤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지표를 살펴봐도 계층 이동이 활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한 중산층 확대 방안을 넘어 생산적인 활동을 통한 상향이동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한 중산층 확대만으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상향이동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실제 중산층으로의 계층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면, 좋은 일자리 창출과 가구 내 추가 취업자의 증가가 중요한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저소득 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취업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계층 이동성 제고를 위한 공교육 내실화도 중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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