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7%로 내렸다.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과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국제통화기금 역시 올해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영향 등을 반영해 세계와 주요 국가 성장률 전망치들은 대체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은 31일 수정된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9%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전망치 수정에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심하지 않다는 점이 반영됐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가 전망치 상향 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요국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조금씩 상향 조정됐다. 미국은 지난 전망치에서 0.4%포인트 올라간 1.4%로, 유로존은 0.2%포인트 올라간 0.7%로, 일본은 0.2%포인트 올라간 1.8%로 각각 조정됐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4%에서 5.2%로 0.8%포인트나 올랐다. 중국의 백신 접종률이 여전히 낮은 편이고, 부동산업 위기가 심각해질 가능성 등 위험 요인이 없지 않지만,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회복세가 나타날 것은 분명하리라 본 것이다.
반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석달 전에서 0.3%포인트 내린 1.7%가 될 것으로 봤다. 올해 2%를 밑도는 저성장을 한 뒤, 내년에 2.6%로 회복되리라는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에 대한 전망치 하향 조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수정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하반기 들어 뚜렷해진 경기 둔화 신호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는 0.4% 역성장했다. 수출이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5.8% 줄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이런 둔화 신호가 지난해 11월 이후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 기획재정부(1.6%) 전망엔 어느 정도 반영됐지만, 국제통화기금엔 뒤늦게 반영된 모양새다.
국제통화기금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전 세계 정책당국자들의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세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6.6%로 지난해 8.8%보다는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의 경우 추가로 전기·가스요금이 더 인상될 것이 예고돼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은 이날 “에너지 가격 변동은 그대로 받아들이되, 소득 등을 기준으로 선별된 대상에 보조금 등 형태의 지원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소득 개인과 기업에 일회성으로 사회적 연대 성격의 세금을 걷어 재원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권고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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