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스25는 가수 박재범과 손잡고 편의점 판매용으로 ‘원소주 스피릿’을 출시한 바 있다. 지에스25 제공
‘없어서 못 팔던 원소주가 이젠 애물단지로 전락?’
가수 박재범의 이름값을 등에 업고 ‘오픈런’까지 벌어졌던 원소주가 편의점주들 사이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원소주를 독점 판매하는 지에스(GS)25가 영업관리직원(오에프시·OFC)을 통해 점주들에게 원소주를 강매하다시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에스25 편의점주들이 각 점포 담당 영업관리직원들의 ‘원소주 권장발주’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에스25 편의점주 ㄱ씨는 “오에프시가 자꾸만 원소주 발주를 사정하기에 지난달에 한 박스(20병)를 발주했는데, 거의 팔리지 않아 14병이나 남아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달에도 계속 (발주를) 강요하다시피 해 짜증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편의점주 ㄴ씨의 경우엔 영업관리직원이 임의로 원소주를 발주해 다툼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ㄴ씨는 “이번에 오에프시가 원소주를 임의로 발주했길래 항의를 했다가 거의 싸울 뻔했다”며 “할당량이 있다는 (영업관리직원의) 말에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싶어 정가 1만2900원인 가격을 9900원으로 할인해서 판매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오픈런’ 대란까지 벌어졌던 원소주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가격이 비싼 데다 판매 초반에 소비자들에게 먹혔던 ‘희소성 마케팅’이 더는 힘을 쓰지 못하는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소주의 3배 이상 가격으로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취향에 딱 맞기 전에는 계속 소비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원소주 이후 우리쌀로 만든 유사한 전통 증류주가 속속 출시됐을 뿐 아니라 공급 물량이 늘면서 희소성 마케팅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에스25는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원소주가 400만병 팔렸다고 홍보에 나섰으며, 원소주를 만드는 원스피리츠 쪽은 원주에 공장 신설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강원도 관계자의 말을 빌어 “내수·수출을 고려해 월 150만병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편의점주는 <한겨레>에 “공급이 늘다 보니 편의점주들을 상대로 ‘물량 밀어내기’를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지에스25 편의점주들 사이에선 독점 판매가 빨리 끝나고 모든 편의점에서 취급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에스25 본사 관계자는 “원소주는 그간 고객 판매량을 고려할 때 여전히 수요가 높은 상품이며, 최근 공급량 확대가 이뤄져 각 매장에 적정 재고를 통해 고객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일부 매장에서 소통 과정 중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