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스25는 가수 박재범과 손잡고 편의점 판매용으로 ‘원소주 스피릿’을 출시한 바 있다. 지에스25 제공
‘지에스(GS25)의
원소주 물량 밀어내기, 알고 보면 처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달 15일까지 누적 400만병이 팔렸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했던 ‘원소주 스피릿’은 왜 ‘물량 밀어내기’를 당하는 처지가 됐을까? 소주 오픈런을 불러온 원소주 스피릿의 추락에 업계는 “그럴 만도 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왜일까?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편의점 지에스25를 운영하는 지에스리테일은 원소주를 품에 안기 위해 애초 제조사인 박재범의 원스피리츠에 월 판매 물량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초반 기세와 달리 ‘희소성 마케팅’이 힘을 잃으면서 약속한 물량을 판매하지 못하자 최근 영업관리직원(오에프시·OFC)을 통해 각 편의점 가맹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에스리테일 쪽이 원스피리츠에 ‘한 달 100만병 판매’를 약속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초반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최근엔 한 달 판매량이 20여만병까지 떨어지면서 나머지 물량이 재고로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어마어마한 물량이 재고로 쌓이면서 지에스25 상품본부는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스피리츠 쪽은 국내는 물론 수출까지 겨냥해 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이라 계속해서 약속한 물량 소화를 지에스 쪽에 요구하고 있다”며 “영업관리직원이 할당량을 소화해야 한다며 각 점포에 읍소를 하고 임의발주까지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독 판매에 목을 매다 자승자박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당초 지에스리테일은 원소주 단독 판매를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대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박재범이 세운 에이오엠지(AOMG) 소속 이종격투기 선수 정찬성을 공식 후원했으며, 정찬성 선수의 ‘코리안 좀비’ 캐릭터를 활용한 에너지 드링크를 선보이고, 한정판 코리안 좀비 주먹밥과 버거도 내놓았다. 또 매년 여름 지에스25가 개최하는 대규모 행사 ‘뮤직 & 비어 페스티벌’(뮤비페) 행사에 지난해에는 박재범은 물론 그가 지분을 소유한 에이오엠지 소속이었던 이하이, 사이먼 도미닉 등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공을 들여 단독 판매에 나선 원소주가 기대했던 이름값을 다하지 못하면서 지에스리테일이 난감한 입장에 처한 셈이다. 지에스25는 이달 지에스페이로 원소주 스피릿을 구매할 경우, 10%포인트 페이백을 해주는 행사 등을 열어 판매 촉진에 나설 계획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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