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적정 화물 운송 운임을 지급하지 않아도 화주는 처벌하지 않는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3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화물 운송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돼 온 지입전문회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세무조사와 함께 감차 등 행정 처분도 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6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하고 지난달 18일 공청회에서 제시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지난해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를 대신해 시멘트·컨테이너 운송 분야에 3년 동안 표준운임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새로 도입될 표준운임제에선 운임위원회(공익위원 6명·화주 대표 3명·운수사 대표 2명·차주 대표 2명)가 정한 표준운임을 화주가 운수사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운수사가 차주(화물기사)에게 표준 운임을 주지 않으면 최대 200만원 과태료 처벌대상이지만, 화주는 처벌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화주 처벌 조항 삭제는 정부가 2달여 만에 ‘말 바꾸기’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 반대 파업을 벌이던 지난해 11월25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부산 신항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주들을 만나 “정부에서 화주 처벌조항 삭제를 추진한다는 잘못된 내용이 확산되어 화물차주들이 동요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혀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마친 원 장관은 당시 발언에 대해 “운송 거부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시했던 것이므로 무효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운임제 도입과 별개로 당·정은 ‘지입전문업체’를 화물 운송 시장에서 퇴출해가기 위한 방안도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에 담겠다고 밝혔다. 지입전문업체란 보유한 차량과 고용한 운전기사 하나 없이 운송 영업권(화물차 번호판)을 차주에게 대여하고 2천만∼3천만원의 ‘번호판 사용료’를 받아 챙기는 업체를 뜻한다. 지난 2013년 지입업체 퇴출을 위해 운송사들에 ‘최소운송의무’(연간 운송실적이 시장 평균 매출의 20% 이상)를 부여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지금껏 단속·처분(10∼30일 영업정지)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사문화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입업체는 화주와 운송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는 업체라서 최소운송의무 대상도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정작 지입업체들이 제도 대상에서 빠져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지입업체가 최소운송의무제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업체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위수탁 계약을 맺은 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번호판 영업권을 지입업체에서 차주에게 넘겨주고, 지입업체에는 그만큼 감차 처분을 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지입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지입료가 법인 수익으로 들어가지 않고 개인 수익이 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당국 판단”이라며 “국세청이 지입업체 탈세 혐의에 대해 세무조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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