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경제의 경기둔화가 시작됐다고 진단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에는 경기둔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은 7일 발간한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되고 있으나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는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는데, 한 달 만에 경기둔화의 ‘심화’를 알린 것이다. 연구원은 지난해 9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회복세 약화’라는 표현을 썼고, 11월에는 ‘성장세 약화’로 표현을 바꾸는 등 비관적 표현의 강도를 점차 높여왔다.
연구원은 “수출은 글로벌 경기 부진이 심화함에 따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며 “제조업은 평균가동률이 급락하고 생산 감소 폭이 확대되는 등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과 견주어 44.5%나 감소했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 내수 회복세까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진단이다. 연구원은 “공공요금 인상에 주로 기인하여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되었으며, 기조적인 물가 흐름이 반영된 근원물가의 상승률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설비투자가 수출 감소에 따른 제조업의 부진으로 증가 폭이 축소되었으며, 건설투자는 고금리로 인한 주택경기 하락으로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이와 함께 소비 회복세가 약화된 가운데 고용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내외적으로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연구원은 “경기종합지수가 급락하였고 경제 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을 지속하였으나, 대내외 통화 긴축 강화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며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한 달간 국고채 금리(3년)는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며 39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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