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 그룹 회장이 지난 1일 경상북도 구미시 에스케이 실트론에서 열린 반도체 웨이퍼 증설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격려사가 끝난 뒤 답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일부를 빠뜨리고 신고한 것에 대해 ‘경고' 처분을 받았다. 최 회장이 빠뜨린 계열사 4곳 중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초기 사업자금을 대준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9일 대기업 집단 에스케이의 총수(동일인)인 최태원 회장이 기업집단 지정자료에 소속회사 킨앤파트너스(주), 플레이스포(주), 도렐(주), (주)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등 4개사를 누락해 허위 제출한 행위에 대해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의 계열사 누락·허위 신고에 대해 고발 또는 경고 처분을 내리곤 하는데, 이번 건은 위법은 맞지만 법 위반행위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누락된 4개사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에스케이 소속회사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킨앤파트너스(주)는 2021년 6월 플레이스포(주)에 흡수합병 되기 전까지 최기원 이사장의 지배적 영향력 아래 있었고, 에스케이 소속 비영리법인(행복에프앤씨, 우란문화재단)의 임원들이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3개사는 킨앤파트너스(주) 또는 동일인의 관련자가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킨앤파트너스(주)는 화천대유의 초기 사업자금을 댄 투자자문사로,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이 회사가 에스케이의 계열사가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 현장조사까지 벌인 바 있다.
공정위는 고발 지침상 최 회장이 고의로 허위자료를 제출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해 경고 처분에 그치기로 했다. 누락된 4개사에 대해 최 회장 또는 에스케이 기존 소속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최 회장이 4개사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4개사와 에스케이 기존 소속회사 간 내부거래도 거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법 위반행위) 인식 가능성이 중요한데, 최 회장은 주식이 하나도 없고 오로지 동생 최기원 이사장을 통해 지배하는 구조여서 동일인의 인식 가능성이 경미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2017년과 2018년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며 주식회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등 4개사를 에스케이 소속회사에서 누락한 허위자료를 제출해 2021년에도 공정위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의 처분에 에스케이 관계자는 “의결서가 오면 검토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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