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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경유착’ 과오 잊었나…전경련, ‘여권 정치인’ 영입해 쇄신?

등록 2023-02-19 14:18수정 2023-02-20 02:48

김병준 회장직무대행 내정 발표
윤석열 대선캠프 선대위원장 출신
“정권 코드 맞추기“ “자가당착”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전경련 제공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전경련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9일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내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계 안에서도 경제 관련 이력이 없는 여권의 노회한 정치인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권력과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은 이날 “김 내정자는 풍부한 경험과 학식뿐 아니라 전경련이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전경련을 과도기적으로 맡아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오는 23일 정기총회에서 회장 직무대행으로 공식 추대될 예정이며, 앞으로 6개월간 전경련의 조직 쇄신을 이끌게 된다.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옛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이웅렬 전경련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전경련은 탈퇴한 기업과 국민으로부터 여전히 외면받는 위기상황”이라며 “김 내정자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객관적 시각과 뛰어난 역량으로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6차례 연속 회장을 맡았던 허창수 회장(지에스(GS)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중순 사의를 표명한 뒤 차기 회장 추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부회장단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회장추천위원회를 꾸려 한 달 넘게 회장 후보를 찾았지만 주요 회원사 총수들이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연합뉴스>에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선 중추적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전경련은 우리 사회에 있는 큰 자산”이라며 “그 자산을 (사회와 국민에)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경련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재계 총수들이고, 현재와 같은 비상적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제가 잠시 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가 회장직무대행으로 취임하면, 전경련의 대중적 인식을 개선하고 4대 그룹 복귀 등을 추진하는 등 위상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의 후원금 모금 창구 노릇을 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했고, 재계 단체로서의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위상 회복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미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재계 소통 창구가 재편된 상황에서 ‘전경련의 복귀’에 대통령실이 부담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의 복귀 의사가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서 ‘(전경련을) 돕고 싶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고, 지난달 허창수 회장과 집행부가 물러나면서 변화와 쇄신을 선언한 것도 이런 대통령실의 신호를 의식한 조처라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김 내정자 영입이 1980년대 말 유창순 회장 시기(1989~1993년)를 벤치마킹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각계의 민주화 요구 속에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 또한 거세지자, 전경련은 상공부·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고 유창순씨를 회장으로 내세웠다. 관료 출신 회장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재벌개혁의 소나기를 피해간 셈이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경제 관련 이력이 전무한 여권의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재계 안에서 적임 논란이 제기된다. 전경련이 여전히 ‘권력 코드 맞추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위기 타개를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은 이해가 되나, 경제 단체가 경제 관련 이력이 전무한 정치인을 영입한 건 또다른 논란만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는 “정경유착으로 신뢰를 잃은 전경련이 쇄신을 위해서는 정치권과의 거리 두기가 필요한데 전형적인 정치인 출신을 개혁의 상징으로 앉힌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짚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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