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반면 수입은 늘어나 무역적자 행진이 1년째 이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이 반짝 반등하고 서비스업 생산도 늘었지만, 경기 둔화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조업 재고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고 소비도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올해 1월 전체 산업생산 지수는 109.7(2020년=100)로 한 달 전에 견주어 0.5% 늘었다. 전산업 생산이 증가한 건 지난해 9월(0.1%) 이후 4개월 만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2.9% 늘어 2021년 12월(4.2%)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증가를 나타냈다.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5.7%)가 줄었으나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 등의 영향으로 통신·방송장비(111.0%)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보다 0.1% 증가하며 생산지수(115.1)가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산업 생산이 4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지만, 최근 부진한 (경기) 흐름을 되돌리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조업 재고는 반도체(28%)를 중심으로 한 달 전보다 2.6% 늘었다. 반면 출하는 전월보다 0.7% 늘어나는데 그쳐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2.2%포인트 늘어난 120.0%였다. 이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7월(124.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설비투자도 자동차 등 운송장비(15.9%)에서 늘었으나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특수산업용기계를 중심으로 기계류(-6.9%)에서 줄어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 1월 소매판매는 내구재(-0.1%)와 준내구재(-5.0%), 비내구재(-1.9%)가 모두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2.1% 줄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뒷걸음질 중이다.
기재부는 현재 국면을 “작년 하반기 이후 어려운 실물경제 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경기 흐름과 관련해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1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내린 99.4였다. 가까운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는 데 활용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 1월 0.3포인트 하락한 98.5를 나타냈다. 기재부는 “생산 측면에서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미국·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완화 등이 긍정적인 요인이나, 반도체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조정 과정과 수출 감소세 지속 등은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최근 한국 경제의 저점을 2020년 5월로 잠정 설정했다. 2013년 3월 저점 이후 86개월 동안 이어진 하나의 경기 순환기가 마무리된 것이다. 통계청은 2017년 4분기부터 대외 환경 악화로 투자·생산·수출의 둔화가 나타나는 경기 수축 국면이 도래했고, 2020년 5월 이후 주요국 금리 인하 및 양적 완화 등으로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0년 5월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둔화 내지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명확히 판단하려면 시간이 지나야 한다. 현재는 어떤 국면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경기순환변동 과정에서 국면이 전환되는 시점으로 정점 또는 저점을 판단해 기준순환일로 정한다. 이를 위해 각종 경제지표의 움직임과 당시 경제 여건, 전문가 의견 등을 검토한 뒤 국가통계위원회 등을 거쳐 경기 순환기를 판단한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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