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입점계약 표준약관 마련, 자율분쟁조정 기구 설치 등 자율규제 방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준수하도록 유인할 방안조차 마땅치 않아 ‘자율규제’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플랫폼 사업자와 입주업체 간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 발표회’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를 민간 주도 자율규제 방식으로 관리하는 쪽으로 정책적 궤도를 수정한 뒤 내놓은 첫 자율규제 사례로, 지난해 8월 출범한 플랫폼 자율기구 산하의 ‘갑을 분과’에서 6개월간 논의한 결과물이다. 이날 발표회에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 등이 참석했다.
이번 방안의 뼈대는 입점업체가 입점 과정에 알아야 할 핵심 사항을 거래약관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입점 계약기간, 계약변경·해지 절차, 서비스 제한·중지 절차, 수수료 적용방식, 대금정산 주기·절차, 검색 노출순서 결정기준 등이다. 또 배달 음식의 취소·환불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 사업자가 분쟁 해결에 협력하도록 하고, 악성 리뷰에 대한 기준과 정책도 마련하도록 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배달 플랫폼 자율분쟁조정협의회’(가칭)도 운영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나마 실효성 있는 이행 방안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율규제 방안을 합리적인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율규제 기구에서 1차로 ‘비공식 경고’를 내리고, 그 이후에도 이행되지 않을 경우 미이행 사업자 현황과 내용 등을 대외 공표하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이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으로 자정될 것을 기대하는 취지인데, 그밖에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에 개입할 방도는 없는 셈이다.
입점업체에 가장 필요한 ‘수수료율 협상력 강화 방안’이 빠진 점도 치명적이다. 이번 자율규제 방안에는 수수료 등 중요한 계약 내용을 변경할 경우 입점업체에 한 달 전까지 변경 이유와 내용을 사전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을 뿐,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방안은 전무하다. 그동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에서는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한도규정이나 플랫폼 입점업체 단체구성 및 협상권 부여 등을 요구해왔다.
전문가들은 자율규제 방안은 플랫폼 불공정거래 행위를 방치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부를 수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치원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공정경제팀장)는 “이번 자율규제 방안은 사실상 플랫폼 사업자들이 알아서 잘 해주면 다행이고 아니면 정부는 손 놓겠다는 의미”라며 “자율분쟁조정기구 역시 구속력이 없어서 조정·협의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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