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국내기업 간 기업결합 규모는 지난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아이티(IT)와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기업결합이 활발했다.
공정위가 9일 발표한 ‘2022년 기업결합 심사 동향 및 주요 특징’을 보면,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는 총 1027건으로 1년 전보다 86건 줄었다. 규모로는 1년 전보다 23조5천억원 줄어든 325조5천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이 151건이었는데, 규모로는 267조5천억원으로 전체의 82.2%에 이르렀다.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영국 순이었다. 국내기업 간 기업결합은 865건으로 1년 전보다 68건 줄었는데, 규모는 57조5천억원으로 6조4천억원 늘었다. 공정위는 “북미·유럽 등을 중심으로 기업결합 규모가 크게 감소하는 등 전 세계적인 기업결합 둔화 추세 속에서도 (우리나라 기업결합은) 소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고된 기업결합 내용을 살펴보면, 소프트웨어·반도체 등 아이티와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가 다수였다. 정보통신방송 분야에 해당하는 게임 및 시스템·응용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이 57건에 이르렀고, 배터리·반도체 등 아이티 관련 기업결합은 27건이었다. 의료기기·의약품 등 바이오 분야의 기업결합은 23건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소비 행태가 확산되면서 배달, 택배 등에 필요한 플라스틱 및 종이상자·용기 관련 기업결합도 27건이나 됐다. 온라인 쇼핑몰 등 비대면 사업인 무점포 소매업도 12건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에스케이(SK)가 30건으로 가장 많은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카카오와 한화가 각각 19건으로 뒤를 이었다. 에스케이는 30건 가운데 18건이 계열사 간 기업결합으로 나타나는 등 사업구조 재편이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296건으로 1년 전보다 47건 늘었고, 규모 역시 2조3천억원 늘어난 13조1천억원이었다. 신규 성장동력 확보 등을 위해 이루어지는 비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580건으로 1년 전보다 125건 줄었고, 규모도 44조7천억원으로 9조원 감소했다. 공정위는 “위드 코로나 및 기준금리 인상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불확실성 및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의 기업결합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계열회사가 많은 기업집단들이 기업결합 건수도 많아 사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이 더욱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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