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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승자의 저주’ 우려에…하이브 ‘플랫폼 협력’ 받고 타협

등록 2023-03-12 18:02수정 2023-03-13 03:05

숨가빴던 ‘인수전’ 한달
두 회사 SM지분 공개매수 선언에
주가 연초대비 2배넘게 뛰어 과열
국내 대표 연예 기획사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인수전은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가 플랫폼 협업을 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사진은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국내 대표 연예 기획사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인수전은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가 플랫폼 협업을 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사진은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쩐의 전쟁’에서 카카오가 승기를 잡았다. 자금력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하이브는 에스엠 인수전에서 물러났다.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장 과열로 금융당국의 시선이 매서워진데다 이 다툼을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이 냉랭해진 것도 카카오와 하이브가 극적 합의에 도달하도록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이 과열되고 에스엠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승자의 저주’는 피해야 한다는 공통의 이해가 타협 전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카카오와 하이브의 발표를 종합하면, 카카오는 향후 공개매수 절차를 거쳐 에스엠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카카오·에스엠과 플랫폼 차원에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달 초 이래로 하이브와 카카오가 순서대로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한 뒤 에스엠 주가가 연초 대비 2배 넘게 뛰자 양사는 협상 테이블을 꾸려 이런 결론을 내렸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게 된다. 오는 26일까지 진행될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조2500억원을 들여 에스엠 지분율을 4.91%에서 39.91%까지 올리게 된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에스엠 지분 15.78%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를 선언한 카카오는 일정 기간 동안 하이브가 보유한 에스엠 지분을 블록딜 등의 방식으로 인수할 수는 없다.

카카오, 콘텐츠 확대에 사활 걸자
하이브 “플랫폼 협력” 한발 물러서

카카오는 대규모 자금을 들여서라도 에스엠을 인수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쳐왔다. 지난달 말 에스엠 1대 주주에 오른 하이브가 에스엠-카카오엔터의 협약 자체를 부정하자, 카카오엔터는 “카카오와 함께 협약 존속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맞섰다. 하이브를 제치고 1대 주주에 오르기 위해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투자받은 1조2천억원을 공개매수에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무성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현금성 자산 4조5552억원을 에스엠 지분 확보에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이브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연합뉴스
하이브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12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에 사활을 건 것은 국외 사업 확대를 위해 케이(K)팝 지적 재산권(IP) 확보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 수년간 국내 시장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을 국외 진출로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거듭 밝혀왔다. 에스엠 인수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강조해온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포털’의 핵심 퍼즐이기도 했다.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시도한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난 게 하이브가 인수 전에서 후퇴하게 된 주요 변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가 15만원 공개매수라는 카드를 꺼낸 상황에서 그보다 높은 가격으로 2차 공개매수에 나서기엔 재무적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등도 하이브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청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에스엠 인수전을 두고 하이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고, 무리한 경쟁이 계속될 경우 하이브·에스엠 팬덤이 이탈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이브 입장에서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 아주 손해본 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옥기원 조계완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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