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본사. 연합뉴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두고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이 하이브의 인수 중단 선언으로 일단락됐다.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을 갖는 대신 하이브는 카카오·에스엠과 플랫폼 협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뤘다. 에스엠 지분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누가 이기더라도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양사간 극적 합의를 이뤄낸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12일 보도자료를 내어 “카카오와 경쟁 구도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냈다.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에스엠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하이브의 에스엠 인수 중단 결정을 존중한다”며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로서 다양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에스엠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고 추가 지분 공개매수에 돌입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가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 위해 10일부터 협상을 벌여 이날 합의에 이르렀다. 앞서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하고도 사실상 실패하자, 카카오는 곧바로 주당 15만원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에스엠 주가는 최고 16만1200원(8일)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10일 14만78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는 에스엠과의 협력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카카오는 “에스엠의 가장 강력한 자산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기 위해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에스엠 3.0 등 미래비전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에스엠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3월31일 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출범할 ‘에스엠3.0 이사회’는 전략적 파트너인 카카오와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고 케이팝 산업의 넥스트 레벨을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26일까지 예정된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에스엠 지분 최대 40%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에스엠 지분 15.78%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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