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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퇴직했지만 연금 받을 나이는 아직인데…가족이 아프다

등록 2023-06-08 06:00수정 2023-06-08 10:27

KDI ‘길어지는 연금 공백기에 대한 대응 방안’ 보고서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를 찾은 시민이 상담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를 찾은 시민이 상담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퇴직 이후부터 노령연금 수급 시작 전까지 ‘연금 공백기’ 타격이 의료비 지출이 많은 고령층 가구에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구주가 아프거나 아픈 가구 구성원을 위한 돌봄으로 인해 공백기 충격을 완화할 근로소득을 충분히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상이나 질병으로 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운 연금 공백기 가구를 위한 맞춤형 소득보장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김도헌 연구위원이 쓴 ‘길어지는 연금 공백기에 대한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정해진 대로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이 단계적으로 상향 적용되면서 연금 공백기 또한 길어지고 있다. 현재 정해진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은 1952년 이전 출생자는 60살이고, 1953∼1956년생은 61살, 1957∼1960년생은 62살, 1961∼1964년생은 63살, 1965∼1968은 64살, 1969년 이후는 65살이다. 수급개시연령은 5년 단위로 1살씩 높아지는 반면, 법정 최소보장 정년은 2016년부터 60살로 고정되어 있고, 정년 전 비자발적 조기 퇴직 비중이 높은 까닭에 생애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50대 초반 수준이다.

이런 연금 공백기를 버티는 주된 방법은 재취업 등을 통한 근로소득으로 추정된다. 케이디아이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61살인 1956년생 가구주 가구에 견줘, 수급개시연령이 62살로 1살 늦춰진 1957년생 가구주 가구는 가구주가 61살인 시점의 공적연금소득이 연평균 223만원 적었다. 1957년생 가구주 가구의 경우 아직 노령연금 수령이 시작되지 않은 까닭이다. 대신 1956년생 가구주 가구에 견줘 1957년생 가구주 가구의 같은 시점 근로소득은 연평균 513만원이 많았다. 또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을 모두 포함한 가처분 소득의 경우, 1957년생 가구주 가구가 1956년생 가구주 가구에 견줘 연평균 88만원이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1957년생 가구주 가구의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1살 늦춰졌지만, 늦춰진 1년 동안 근로소득을 통해 연금 공백을 충분히 보완한 셈이다.

그러나 가구의 의료비 지출 비중에 따라 연금 공백기 근로소득 수준은 커다란 차이가 났다. 의료비 지출 비중이 중위 이하인 가구의 경우, 1956년생 가구주 가구에 견줘 1957년생 가구주 가구의 연간 근로소득이 연 824만원이 많았고, 의료비 지출 비중이 중위 초과인 가구에서는 1956년생 가구주 가구 대비 1957년생 가구주 가구의 근로소득이 연 156만원 많은 데 그쳤다. 가구주나 가구 구성원의 건강이 나쁠 것으로 추정되는 가구에서는 공백기 소득 불안을 근로소득으로 보완하지 못한 모양새다. 의료비 지출이 중위 초과인 가구의 가처분 소득은 1957년생 가구주 가구가 1956년생 가구주 가구보다 연평균 444만원 적다.

이에 따라 김 연구위원은 의료비 지출 비중이 높은 연금 공백기 가구에 대한 소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상향되어 공백기가 64살까지로 커지는 만큼, 지금부터 아프거나 질병으로 근로능력이 낮거나 상실된 연금 공백기 가구 맞춤형 대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장애연금 수급자 결정을 위한 장애등급 판정 때 지금처럼 의학적 기준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근로능력 감소 정도도 함께 따지는 방식으로 소득보장제도 사각지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능력을 상실했는데도 현행 장애등급 판정을 위한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수급을 못 받는 경우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구원이 아파 돌봄 부담으로 연금 공백기 노동시장 참여가 제약되는 가구를 위한 돌봄 지원 서비스 제공도 검토할 만한 대책으로 제시됐다. 김 연구위원은 “60대 초중반 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지원 서비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행 돌봄 지원제도의 충분성과 사각지대를 검토하고, 적정 규모의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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