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의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증권거래 수수료율 담합 여부 조사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통신·금융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라”는 발언에 따라 통신사·은행권 조사를 시작한 공정위가 증권사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이날 오전 키움증권·메리츠증권·케이비(KB)증권·엔에이치(NH)투자증권·삼성증권과 이들 증권사를 회원사로 둔 금융투자협회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금리와 주식매매 수수료 등을 담합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금융권 담합 조사의 일환으로 파악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통신 분야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같은 달 23일에도 윤 대통령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금융·통신 분야 경쟁시스템 실효화 방안’을 보고받고 “금융과 통신은 국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서비스로, 이런 분야에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힘없는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고물가로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공정위의 독과점 및 담합 조사 기능을 활용해 통신요금·대출금리 등
인하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에 공정위는 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지 2주만인 지난 2월27일 금융·통신 분야의 불공정거래 행위와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직권조사에 나섰다. 당시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사실상 과점 사업자인 통신 3사가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통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카르텔조사국도 신한·케이비(KB)국민·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기업은행 등 은행 6곳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금리 상승기에 예금 및 대출금리나 고객수수료 등을 담합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1차 조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지난 14일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으로 범위를 좁혀
2차 조사에 착수했다. 4대 은행들의 구체적인 담합 정황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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