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산업 독과점 시장구조 분석결과는 최근 10여년간 재벌기업집단의 시장지배력 체제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보기술 및 디지털경제로의 급속한 이행과 코로나 팬데믹 위기, 전기차·배터리 등 친환경 경제로의 산업재편 흐름에도 재벌기업의 시장점유율 구조는 여전해, 산업 내 역동적인 진입과 퇴출 같은 경제 활력이 수년째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유효경쟁 부족은 시장지배력을 활용한 제품가격 인상 및 경쟁사업자와의 담합 유인을 높여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국내 광업·제조업 산업(총 480개)의 시장구조조사 결과, 2016∼2020년 동안 독과점구조가 유지된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등 51개로, 직전 조사 때인 2015∼2019년(47개)에 견줘 4개 늘었다. 새로 추가된 산업은 소금 가공·정제, 산업용 유리제품, 탄소섬유, 비메모리용 반도체 등이다. 독과점 유지 산업은 5년 연속으로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CR1)이 50% 이상이거나 1~3위 사업자의 점유율(CR3)이 75% 이상인 산업을 가리킨다.
지난 15년(2006~2020년)으로 확장하면 5년 연속 독과점구조 유지산업은 2011년 59개→2013년 56개→2015년 58개→2017년 46개→2019년 47개였다. 공정위는 “중장기적으로 큰 폭의 변화 없이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12년간 5회 연속(2009~2020, 2년 주기 조사)으로 독과점구조 유지산업에 지정된 산업도 36개에 달했다. 메모리용 반도체(99.3%·CR3 기준), 승용차(92.8%), 맥주(97.9%), 스마트폰(90.8%), 설탕·이동전화기·텔레비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신규경쟁자의 진입이 어려워 기존의 거대 소수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총 71개 재벌기업집단)으로 보면 상위 5개 재벌기업집단(삼성·현대자동차·에스케이(SK)·엘지(LG)·롯데그룹)의 시장집중도 역시 최근에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관찰됐다. 상위 5개 재벌기업의 출하액은 나머지 66개(6~71대) 기업집단 출하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 1.8배 높았다. 또 5대 재벌기업집단은 평균적으로 47.2개의 산업에 진출하고 있어 사업다각화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출하액 기준으로 71개 대규모 기업집단이 광업·제조업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2.1%, 2014년 49.0%, 2018년 48.2%에서 2020년 45.9%로 감소했지만 상위 1~5대 기업집단으로의 쏠림(2020년 29.5%)은 여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업·제조업에서 기업들의 산업집중도(시장점유율 상위 3사 합계 75% 이상인 CR3 기준)를 보면 시장점유율 상위 3개사에 재벌기업이 1개 이상 포함된 산업은 이 집중도가 47.9%였다. 반면 재벌기업이 산업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상위 3사에는 없는 경우는 이 집중도가 27.1%, 재벌기업이 산업에 아예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경우는 41.8%였다. 재벌기업이 최상위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산업일수록 시장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667개 서비스산업에서는 독과점구조 산업이 총 37개로, 5년 전(33개)과 비교해 4개 늘었다. 공정위는 “통신·은행·보험·증권업에서 독과점 수준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거나 10년 전에 비해 더 강화됐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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