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노동조합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특별회계 기금 18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노조 집행부는 미래에셋 쪽에 수익자 총회를 요구하고, 투자를 결정한 전임 집행부를 대상으로 해명을 요구하는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을 90% 수준에서 상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중순위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보증인이 파산하고, 선순위 투자자가 빌딩을 헐값에 매각하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5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에는 한은 노조도 특별회계 기금을 통해 20억원을 투자했다. 특별회계 기금은 노조가 투쟁에 나설 때를 대비해서 쌓아 놓은 돈으로, 20억원은 전체 기금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이 관련 펀드의 90%를 상각 처리하면서 한은 노조도 20억원 가운데 90%인 약 18억원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투자는 전임 집행부 때 단행됐다. 노조 상근 간부와 중앙집행위원 등 10여명으로 이뤄진 중앙집행위원회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노조 관계자는 “2021년 하반기에 새 집행부가 취임했을 때부터 이미 돈을 못 받을 것으로 예상돼 미래에셋 쪽에 문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현 노조 집행부는 미래에셋 쪽을 상대로 수익자 총회를 요구하고, 금융감독원에 민원도 제기할 방침이다.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투자를 결정한 전임 집행부를 대상으로 경위 등 입장 표명도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손실이 확정되기 전이어서 이의 제기에 나서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며 “당시 투자할 때는 위험이 없다고 봤어도 결과가 이렇게 된 이상 도의적인 사과든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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