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3층에 위치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 유니언’ 사무실에 조합원들이 모여 집회에서 쓸 ‘굿즈(기념품)’을 포장하고 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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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이 계열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26일 경영진의 무책임 경영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로 한 가운데, 평균 나이 30대 중반의 카카오 직원들은 집회를 어떻게 할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가 나서서 ‘드레스코드’를 정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회를 하기로 하면서, 판교 테크노밸리에 직장을 가진 ‘판교맨’들도 “구경하러 가자”며 집회 현장으로 모여들 분위기다.
25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3층에 위치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 유니언’ 사무실은 조합원들이 모여 ‘선물 포장’을 하느라 분주했다. 26일 카카오 공동체 조합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를 구하라’ 집회 때 함께 입고 쓸 용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크루유니언 굿즈’라 쓰인 흰 비닐봉투 안에는 하얀 우산과 검정 티셔츠, 출출함을 달래줄 스콘 등이 담겼다.
크루 유니언은 게임 포스터 형식의 홍보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카카오 노조는 단체 행동을 위한 장비를 지급한다. 모두를 지키는 방패 우산, 침묵을 가르는 검(은) 티셔츠”라고 알리고 참석 신청을 받았다. 노조 관계자는 “정보기술 기업 노조는 굿즈(기념품)를 만드는데 진심”이라며 “크루 유니언을 위한 굿즈를 준비하던 중 집회를 결정하게 돼 긴급하게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 유니언’은 게임 포스터 형식의 홍보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단체 행동을 위한 장비를 지급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 제공
집회 시간도 점심시간으로 잡았다. 조합원들이 별도로 연차를 내거나 파업 투표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을 피하면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카카오 판교아지트가 판교 테크노밸리의 중심부인 판교역과 연결돼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몰리는 핫플레이스여서 집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노렸다.
‘점심시간 판교역 앞’이라는 부담없는 조건 덕에 판교 직장인들의 참여율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 정보기술(IT) 업계 노동조합들이 카카오 노조의 점심 집회에 ‘찬조 참석’할 예정이다. 한 정보기술업체 연구원은 “점심시간에 판교역 앞에서 하얀우산이 쫙 펼쳐진 카카오의 집회가 열린다니, 동료들과 응원 겸 구경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25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3층에 위치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 유니언’ 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26일 집회 때 입을 티셔츠를 포장하고 있다.
2018년 10월 100명의 조합원으로 출범한 크루 유니언은 지난해부터 조합원이 빠르게 늘어 지금은 4천명을
넘어섰다. 오치문 카카오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투자와 상장에 매몰된 사이 서비스의 본질과 철학은 밀려났다. 김범수 센터장이 초래한 인맥경영의 한계”라며 “이제 우리가 카카오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정오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열리는 카카오 크루 유니언 집회의 구호는 ‘카카오를 구하라’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