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왼쪽 두번째)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분기 경제 성적표에는 안도와 불안이 공존한다. 실질성장률(계절조정, 전기비)은 전 분기(0.3%)보다 높아지며 정부를 비롯한 전망기관의 기존 예측과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취약성도 드러난다.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인 민간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선데다, 경기의 마중물이 되어야 할 정부 재정은 성장률을 깎아먹었다. 소득은 늘지 않아 내수 기반도 한층 부실해졌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하는데 상반기에 (성장률) 0.9%(전년동기비)에 이어 하반기에 1.7%에 이르면 산술적으로 연간 1.4% 성장이 된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란 단서를 달았으나 지난 5월 한은이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이 들어맞고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0.3%)을 한 뒤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본격 회복 흐름에 올라탔다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온다.
최종 성적표는 양호하지만 그 구성을 들여다보면 ‘불안’이 감지된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올라가는 ‘불황형 회복’이라는 점과 함께 민간소비 부진이 불길하다. 2분기 때 전기 대비 감소세로 전환한 민간소비는 앞으로도 부진을 이어갈 공산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부진 등 국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확대와 4월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등 소비 제약 요인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내수 기반 악화란 경고음으로 들린다. 지난해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실질무역손실을 기록하며 성장률은 2.6%였으나 국내총소득은 -1% 감소했다. 소득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이 크게 떨어진 것도 문제다. 2분기 정부소비를 포함한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0.5%포인트다. 성장률을 그만큼 갉아먹었다는 뜻이다.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 1분기에도 -0.3%포인트다.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정부가 마중물 구실은커녕 찬물을 경기에 들이붓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정부는 이에 대해 일회적 요인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분기에는 1분기보다 독감이나 코로나19 환자 수가 줄면서 건강보험급여 지출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 컸다. 나머지 계획된 상반기 재정은 차질 없이 집행해 목표를 달성했다”며 “정부소비의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의 성장 기여도가 크게 하락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여지가 있다. 당장 세수 부족에 따라 올해 쓰기로 계획한 예산 중 40조원 내외는 집행하지 못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성장률을 갉아먹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정책금융과 공공기관 투자 확대로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하길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대출 100원과 일반 예산 100원은 금액은 같지만 경기에 미치는 연쇄 효과는 후자가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박순빈 선임기자,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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