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부산항 모습.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순수출이 직전 분기보다 늘면서 올 2분기(4~6월) 한국 경제가 힘겹게 0.6% 성장했다. 연합뉴스
올해 2분기 정부 지출이 1분기에 견줘 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4분기(-0.4%)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부자감세 등으로 인한 역대급 세수 펑크에 발목 잡혀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속보치를 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소비(-0.1%)와 정부소비(-1.9%), 건설투자(-0.3%)와 설비투자(-0.2%)가 모두 줄었다. 재고가 쌓인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이 급감(-4.2%)하면서 수출 부진(-1.8%) 속에서도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을 1.3%포인트 올려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있었다. 지난 분기 역성장을 면하게 했던 민간소비마저 감소로 돌아섰다.
특히 정부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게 도드라진다. 한은은 “2분기 코로나19, 독감 환자 수가 1분기보다 줄어 건강보험 지출이 감소했다. 연초 방역조치 해제로 방역 관련 정부 지출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는데, 이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국세가 전년 대비 36조원 이상 덜 걷히는 등 세수 결손이 심각해졌으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금 여유분과 미집행(불용)자금 등을 동원해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며 세입경정을 포함한 추경 편성에 대해선 강하게 일축한 바 있다. 실제로는 지난 5월까지 정부 총지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5조1천억원 줄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에도 편성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불용 예산이 13조원으로 8년 만에 가장 많았다.
상반기 정부 지출 감소는 정부의 경기침체 대응 방안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 1월 올해 경기를 상저하고로 예상하면서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침체가 예상될 때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통해 투자와 소비의 마중물 구실을 하는 것은 일반 시민도 아는 상식인데,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간 것이다. 더구나 8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출 감소가 불러올 부정적 승수 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부자감세와 건전재정에 집착해 국민 경제라는 큰 그릇을 깨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