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국회 의사당에서 열린 의회 개원식 모습. 연합뉴스
주요국들도 의원안에 대해서는 입법영향분석을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내각이 입법을 주도하는 의원내각제 국가여서, 가결 법안의 80%가 정부안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안에 대해서만 입법영향분석이 의무화되어 있다고 해도,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법률이 사전영향분석을 거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1대 국회 들어 의원입법 비중이 무려 97%에 이른다. 오이시디는 한국의 경우 국회에서 가결된 법안 중 의원안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국회 차원의 입법안 품질관리가 필요하며 상설기구를 두어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3년 모든 법률안을 대상으로 영향평가(impact assessment)를 하고 있다. 행정부에 해당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의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은 법률안 발의권이 없으며, 다만 집행위원회에 대해 특정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도록 제안할 수 있는 권한만 갖고 있다.
독일은 2000년에 연방정부가 제·개정하는 모든 법률의 입법평가를 의무화했다. 입법평가는 정부(내각)의 각 부처가 맡으며, 2006년 설립된 독립기구인 국가규범통제위원회(NKR)가 입법평가서를 심사한다. 다만 의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의원안에 대해서도 국가규범통제위가 평가할 수 있다. 영국은 1980년대 중반 신설 규제의 행정비용을 분석하는 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한 이후 ‘영향평가’ 제도로 확대·개편했다. 조세, 관세 등을 제외한 원칙적으로 모든 법률안이 대상이다.
프랑스는 2008년 개헌을 통해 헌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영향분석에 준하는 ‘영향연구서’ 검토를 명문화하고 대상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일본은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원의 법안발의 전 당내심사가 의무화돼 있다. 미국은 법률안 제출시 비용편익분석을 첨부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으며, 양원합의 전 입법영향 등에 관한 분석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은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에서 “유럽 국가들의 경우 제출 법안이나 통과 법안의 비중 측면에서 정부안의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의원발의 법안을 입법영향분석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이라며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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