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한 은행에 걸린 특례보금자리론 안내걸개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1조원 가까이 크게 늘었다. 지난 5월 증가세로 돌아선 뒤 증가폭이 빠르게 뛰고 있는 흐름이다. 특히 6월 들어 대출 금리가 반등한 상황에서도 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연체율은 상승하는 추세인 탓에 최근의 가계 대출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런 흐름을 일찌감치 포착하고 정부의 금융 정책 기조에 대한 우려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 자료를 보면,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원으로 전달보다 9754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1조4868억원 증가했다. 전달 주담대 증가폭(1조7245억원)보다는 낮아졌으나 여전히 1조원대 증가세다. 신용대출은 2461억원 줄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5대 은행 기준 가계대출은 지난 5월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증가폭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5월과 6월 증가폭은 각각 1431억원, 6332억원이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소득을 따지지 않는 저금리 정책상품 특례보금자리론도 가계 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다 6월 들어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도 대출 증가폭이 확대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 지표인 신규 코픽스는 지난 5월(공시 기준) 3.44%에서 6월 들어 3.56%, 7월엔 다시 3.7%까지 뛰었다. 금융소비자들이 이자 부담을 안고서라도 돈을 공격적으로 빌리고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부실이 진행되는 속에 절대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면서 가계대출 위험에 대한 우려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은 3월 말 0.25%에서 6월 말 현재 0.27%로 뛰었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을 한발 앞서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지난달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의 의사록을 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난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 부채의 디레버리징(규모 축소)이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라며 “부채의 디레버리징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향후 장기적인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계 대출이 줄어야 하는 데 외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정부를 겨냥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 일부 위원들은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적절한 정책 공조(Policy mix)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최근 주택관련 대출의 증가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고려해 거시건전성 정책의 규제 강도를 지수화하고 가계부채 추이와 비교해 볼 것”을 한은 담당부서에 당부했다. 또 다른 위원은 “규제 당국이 예전 방식대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면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어려워 보인다”며 “저성장 기조 하에서는 규제 당국도 가계부채 관리의 구조적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남지현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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