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의 한 관광지에서 무더위 속에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관광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 연합뉴스
무더위 속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휴대용 선풍기’와 도로 위에 많아진 ‘전기버스’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위험성에 대해 논쟁이 붙고 있다. 시민단체 쪽에선 “인체보호기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에선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선 정확한 기준과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일 오후 “시중에 유통되는 20개 손·목 선풍기 제품에 대해 전자파 세기 측정 결과 모든 제품이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한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전날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대중교통과 손선풍기 전자파 실태조사 결과 인체보호기준을 넘어섰다”가 밝히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자료였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손선풍기 3대를 분석한 결과 모두 기준치인 4밀리가우스(mG)보다 4~215배 높은 전자파 세기가 감지됐고 10센티미터(cm) 이상 거리를 두어야 기준치 아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또 전기버스, 전기차 택시, 11개 노선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기준치를 넘어선 전자파가 측정됐다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기준으로 삼은 ‘4밀리가우스’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전자파를 발암물질로 정하는데 배경이 된 고압송전선로 연구에서 기준점이 됐던 수치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4밀리가우스’ 기준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인체보호기준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따라 대부분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ICNIRP)의 기준을 따르는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국제비전복사보호위원회는 전자파 위험 기준으로 2000밀리가우스로 잡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 위원회가 2010년 2000밀리가우스로 기준을 완화하기 전인 1998년 기준(833밀리가우스)를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기준’이 다르니 똑같은 전자파를 두고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셈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기준을 반박하며 전자파도 환경오염물질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1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833밀리가우스’는 급성 노출 기준이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전자파 가이드라인만 봐도 전자기기와의 거리 두기를 강조하며 ‘4밀리가우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주파수가 높고 강한 세기의 전자파에 인체가 노출되면 체온이 상승해 세포나 조직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기정통부는 “측정 시기가 오래된 지하철 등에 대해 전자파 세기를 측정해 국민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