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논의를 위한 임시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16일 회의를 열어 삼성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위원들 간에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숙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준감위는 이틀 뒤인 18일에 다시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열린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 재가입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8일 오전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배경의 위원들이 위원회를 구성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서 다시 회의하기로 했다”며 “다양한 우려가 있었고,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하나의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말했다.
준감위가 그동안 이른바 ‘화백회의’(논의를 통해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하는 형태) 방식으로 결론을 도출했던 선례를 볼때 이날 회의에선 위원들간 견해 차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찬희 위원장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으로 “하나의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한 것은 전경련의 ‘정경유착’ 문제로 보인다. 이 위원장도 회의에 들어가기 전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조건으로 “삼성이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꼽았다.
‘정경유착’ 역사가 남아있고 삼성 역시 이재용 회장이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뒤집기 위한 명분과 이유가 불충분하다는 고민이 드러난 셈이다. 지난 9일 강훈식·김종민·김한규·오기형·이용우·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경련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를 지향한다면 4대 그룹 재가입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이재용 회장 등은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회 청문회에서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성명을 내는 등 정치권에서 이를 주목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앞서 삼성은 2016년말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회장이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말하며 탈퇴한 바 있다. 전경련이 최순실씨 쪽 요청으로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삼성 등 기업들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정경유착’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준감위는 18일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앞두고 삼성·에스케이(SK)·현대자동차·엘지(LG)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재가입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삼성 준감위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했다. 현재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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