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16일 임시회의를 열어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판단한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결정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임시회의가 오는 16일 열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삼성 계열사들의 정경유착을 감독하기 위해 탄생한 준감위가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과정에 거수기 역할에 머무를 경우 조직의 설립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삼성 준감위와 재계 설명을 종합하면, 준감위는 오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 출발을 하는 전경련 재가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준감위는 애초 오는 22일 정기 월례 회의에서 전경련 재가입 건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일주일 가량 앞당겼다.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한국경제연구원(전경련 산하 연구기관) 회원사인 삼성 계열사들은 전경련의 구상대로 한경연이 한경협으로 흡수되는 방식으로 한경협에 재가입하는 절차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준감위에 법적·도덕적 위험 판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준감위의 판단은 해당 계열사에 권고 형식으로 전달된다. 각 계열사들은 해당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준감위 회의 개최를 두고 재계에선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길을 터주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라는 시각이 많다. 직접 재가입을 결정할 때 발생할 여론 비판을 피하고,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재가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조처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보기술(IT)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담당 고위 임원은 “삼성이 전경련에 가입할 의사가 없었다면 애초부터 준감위 판단을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준감위 2기로 넘어오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줄 시민단체 출신 위원이 빠진 탓에 벌써부터 ‘조건부 재가입’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1기 위원에는 고 고계현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 권태선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시민단체 출신 위원들이 포함돼 있었다. 조건부 재가입이란 정경유착 발생 시 전경련에서 탈퇴하거나 기금 사용에 대한 준감위 승인 절차를 받는 등의 조건이 달린 가입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준감위가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면 준감위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준감위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면 정경유착 핵심인 전경련에 삼성이 재가입하려는 것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준감위 판단으로 삼성이 전경련에 재가입할 경우 준감위원들 스스로가 준감위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고, 이재용 회장은 ‘전경련 활동 안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깬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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