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중국 부동산, 미국 고금리…‘새우등’ 터지는 한국 경제

등록 2023-08-21 05:00수정 2023-08-21 13:19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의 궈마오 거리를 한 주민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의 궈마오 거리를 한 주민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경제(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부동산업 비중이 30%에 달합니다. 부동산발 경기 침체로 중국 내 수요가 급감하면 한국 성장률도 최대 0.3%포인트 빠질 수 있어요.”

중국 사정에 정통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일 한겨레와 통화하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부동산발 위기설에 과잉 반응할 필요 없다”거나 “부동산 문제는 중국 내부 사정일 뿐”이라는 우리 정부의 시각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 애널리스트는 “대중국 수출이 중간재 위주여서 중국의 투자·소비 악화가 우리 수출에 미칠 파급 효과가 작다는 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차가운 중국’, ‘뜨거운 미국’이 한국 경제를 양쪽에서 짓누르고 있다. 중국 부동산발 금융 불안, 경기 둔화가 한국 수출과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전망까지 확산해서다. 무엇보다 이런 대외 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통화 등 거시정책 운신의 폭마저 바짝 좁아진 터라 우려가 크다.

원-달러 환율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한 지난 7일 이후 8거래일 만에 약 30원(2.5%·종가 기준) 뛰었다. 코스피(18일 종가 기준 2504.5)도 6거래일 연속 내리며 2500 선을 위협받고 있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금융시장 불안을 넘어 수출·성장률 둔화 우려까지 부채질하며 ‘상저하고’로 본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를 위협한다. 중국의 투자·소비 수요가 꺼지면 한국에서 사 가는 반도체·건설기계·화학·가전제품 물량도 일제히 쪼그라들 수 있어서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전 기획재정부 차관)는 “코로나19 봉쇄가 풀린 뒤에도 2년간이나 억눌려 있던 중국 소비가 여전히 부진한 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1의 투자 자산이었던 부동산이 엉망이 되며 가계와 기업 모두 돈을 쓰지 않는 ‘대차대조표 불황’ 징후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여파로 중국 경제에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뜻이다. 제이피(JP)모건체이스, 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값을 중국 정부 목표치인 5%대보다 낮은 4%대로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는 까닭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치솟는 미국 금리는 우리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글로벌 시장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초 3.752%(1월3일 기준)에서 이달 18일 4.251%로 0.499%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탄탄하게 유지되며 물가 상승세도 쉽게 빠지지 않으리란 기대가 장기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 금리 급등은 해외 자산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손실 확대는 물론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투자·소비 부진으로 나타난다. 특히 과다 부채 가계나 기업들의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미국의 호황이 저성장·과다부채라는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를 위협한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중립금리’(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균형 금리) 상향 조정 논의도 부담이다. 중립금리 상향 조정 움직임은 미국 통화긴축이 더 강하게 또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신호다. 시장에선 오는 24~26일(현지시각) 예정된 ‘잭슨홀 미팅’(미국 통화당국자와 학계 전문가들의 모임)에서 중립금리 조정 논의가 본격 무대에 오를 것으로 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금융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금융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국외발 암초가 놓여 있지만 우리 정부가 들고 있는 통화·재정 등 거시정책 운신의 폭은 좁다. 우선 통화 정책은 가계부채가 다시 늘고 있고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재정 정책은 최악의 세수 펑크에다 정부의 공고한 긴축 기조에 발목이 잡혀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커녕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3% 정도 더 늘리는 선에서 편성할 방침이다.

정부가 국외발 위험을 낮춰 보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기재부 핵심 당국자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 불이행은 중국 부동산 시장 내부 문제다. 시스템 리스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고 있는 것도 디리스킹(중국 의존도 완화를 통한 위험 제거) 측면에서 보면 나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대외 위험이 확대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불평등은 심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재정 운용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 직접 해보니…“서울 풍경 실감 나네” 1.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 직접 해보니…“서울 풍경 실감 나네”

현대차 사장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사람 2.

현대차 사장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사람

김진아 한국외대 교수, 유엔사무총장 직속 군축자문위원 임명 3.

김진아 한국외대 교수, 유엔사무총장 직속 군축자문위원 임명

이차전지주 폭락…“바이든 IRA법 이전 주가로 돌아가” 4.

이차전지주 폭락…“바이든 IRA법 이전 주가로 돌아가”

배민·쿠팡이츠, 수수료 2∼7.8%로 인하…배달비는 올렸다 5.

배민·쿠팡이츠, 수수료 2∼7.8%로 인하…배달비는 올렸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