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이달 들어 국내 증시 조정이 시작됐다. 글로벌 증시도 전반적으로도 하락세가 완연하다. 대체로 5% 안팎의 하락이긴 하나 투자자들의 두려움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증시 하락을 이끈 요인을 보면,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이해된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중국 부동산 업체 파산, 물가 불안 등은 경기의 연착륙과 확장 재개, 유동성 흡수의 마무리라는 믿음을 손상시킬 만한 소식이다. 그나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단기적 이벤트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 신용등급 강등 뒤에도 달러는 오히려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 않은가.
중국 문제는 복잡해 보인다. 우선 대형 부동산 업체들 부실에 따른 투자자 손실과 프로젝트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 규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장 소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악순환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가 늘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미·중 갈등의 후폭풍으로 중국 수출의 둔화세가 완연하다. 통제를 통해 금융위기는 막을 수 있어도, 성장 둔화는 막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증시 상승을 이끌 만한 금리 하락이 늦어질 수 있다. 일단 기저 효과가 마무리되면서 물가상승률의 둔화세가 약화하고 있다. 현재의 고금리 수준에서도 유지되는 안정적 고용 상황도 물가엔 부담이다. 8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1970년대와 같은 반복적 물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통화당국은 적어도 올가을까지 긴축의 끈을 놓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증시의 조정이 추세적 하락의 시작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장기간 적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며 경상수지도 개선되고 있고, 산업생산과 소비심리도 나아지고 있다. 지역별 차별화가 심하지만, 부동산 시장 역시 바닥을 지나고 있다. 상반기 기업 실적은 부진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2.3%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적어도 국내에서는 긴축의 강도가 더 높아질 이유도 크지 않다. 그래서 대외적인 위험이 가격에 반영되고 나면 국내 증시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다. 중국의 신용위험이 예상과 달리 무질서한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 미국의 긴축이 예상대로 올가을 정도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 무엇보다 금리 안정의 가능성이 조금 더 확실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9월까지 중립 이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릴 이유는 없어 보이고, 높아진 금리를 감안한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로 보인다.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