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가격이 2주 연속 내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오피넷)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5∼19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주보다 L당 13.3원 내린 1775.0원, 경유 판매가는 1689.3원으로 7.0원 하락했다. 사진은 22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유가정보. 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유가는 한 단계 뛰어오르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급등한 시장금리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금융시장은 이제 지정학적 위험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고, 글로벌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85~90달러, 국내 증시는 코스피 기준으로 올해 고점보다 200∼300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이 격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가는 저점 대비 10% 정도 오르는 데 그쳤고, 주가는 최초 공습이 있었던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나타나는 달러화 강세 현상도 두드러지지 않고 있고, 각종 금융시장 위험지표 역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사안이 오랜만에 중동지역 화약고에서 일어난 대규모 충돌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반응은 다소 의외다.
왜 초기 반응은 언론을 휩쓸고 있는 전쟁 공포감에 비해 밋밋했을까? 일단 과거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다수의 국지전이 있었지만, 금융시장은 단기적인 불안 이후 바로 안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거라는 기대로 이어졌을 법하다.
여기에 덧붙여 추가적인 두 가지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 하나는 1년8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안을 희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전쟁이라는 환경에 익숙해졌고, 각종 가격 변수 역시 이러한 환경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하나는 물가와 긴축에 대한 우려 역시 매파적인 각국 중앙은행의 입장 표명으로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 직전 거의 두 달 동안 이어진 불안한 물가와 각국 통화당국의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긴축 의지는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는데, 이러한 상황이 전쟁의 파급 영향을 희석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 전쟁이 갖는 중요한 성격 중 하나는 의외성이고, 이는 언제든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마지막 이틀 동안 보여준 금리 급등과 주가 급락 역시 이러한 의외성에 따른 것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탄탄한 경제 상황과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의지가 시장을 흔들었다고 분석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이미 종교 시위나 테러 등 유럽에 파급되고 있는 충격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불안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외성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는 특정한 위험자산 투자 결정을 고집하기보다는 환경 변화에 대한 분석과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 때때로 자신의 결정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이는 실력이라기보다 행운일 가능성이 크다. 현금흐름에서 확실성이 높은 자산, 예를 들어 채권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물론 채권 매입 때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쟁은 원자재 가격을 끌어 올리는 반면 개인의 소비심리와 기업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긴축 강도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갖고 있다는 점, 채권은 보유기간 중 가치 하락과 상관없이 만기 보유 시에는 원리금이 보장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