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연속 흑자를 기록한 무역수지가 8월에 다시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1∼20일까지 쌓인 무역적자가 35억달러를 넘어서면서다. 수출도 1년 전보다 16.5% 줄면서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정부는 9월부터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하는 경로를 예상하고 있지만, 중국발 리스크와 유가 상승 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8월 1∼20일 수출입현황을 보면, 이 기간 무역수지(통관 기준 잠정치)는 35억6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278억5600만달러(전년동기대비 -16.5%), 수입이 314억2100만달러(-27.9%)로 집계되면서다. 우리나라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 6월부터 흑자 전환한 바 있다. 이는 1995년1월∼1997년5월 29개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적자였다.
하지만 8월에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월과 7월에도 20일까지는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남은 열흘 간 수출 실적을 만회하면서 막판에 흑자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큰 폭의 수입 감소도 한몫했다. 하지만 8월은 1∼20일에 쌓인 적자 폭이 6월(16억2700만달러)과 7월(13억6100만달러)의 두배를 넘어서면서 흑자 달성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전월보다 수입보다 수출이 크게 줄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8월 20일까지 수입은 전월 같은 기간(325억7700만달러)대비 3.5% 주는데 그쳤지만, 수출은 같은 기간(312억2700만달러) 10.8%나 감소했다. 이는 계절적 요인으로 해석된다. 통상 8월 수출은 여름 휴가 등 영향으로 전월대비 수출이 줄어든다.
특히 올 8월은 자동차 제조사의 여름 휴가가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산업은 나홀로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전년 동기대비 반도체(-24.7%), 석유제품(-41.7%) 등 주요 산업의 수출이 모두 줄었지만 자동차 수출은 20.2%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은 8월 일정 기간 공장 가동을 멈추고 모든 직원이 함께 휴가를 간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다른 산업과 달리 지난해부터 자동차 수출이 좋아지고 있다”며 “차량 제조사의 여름 휴가가 이달 20일까지 수출 감소에 예년보다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8월 무역적자를 전망한다. 다만 곧 회복 경로로 복귀해 9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감소폭이 점점 줄고 있다”며 “9월부터 무역수지가 기조적으로 흑자에 진입하고 10월 정도면 수출도 플러스로 가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발 위기와 유가 상승 등 하방 요인도 여전하다. 중국은 부동산발 위기와 내수 부진 등 구조적인 경기 부진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우리 수출 회복에 큰 타격을 입는다. 8월 1∼20일까지 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5% 감소했다. 우리나라 수입액을 끌어올리는 국제 유가도 두바이유 기준 8월 평균 배럴당 86.62달로, 6월(74.99달러)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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