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가정과 기업에 전기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빚이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장기간 전기를 밑지고 판 탓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반등하며 영업흑자 전환 전망도 불투명해지는 터라, 재무 부실을 넘어 외부 자금 조달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한전이 공시한 ‘반기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 총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201조4천억원이다. 지난해 말(192조8천억원)에 견줘 8조5천억원 불어났다. 한전 부채가 200조원을 돌파한 건 사상 최초다. 부채 201조원은 국내 상장기업 중에도 가장 큰 규모다. 앞선 2021년 말(145조8천억원)과 비교하면 1년6개월 만에 늘어난 부채가 약 56조원에 이른다.
한전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도 올해 6월 말 기준 574.1%로 2021년 말(223.2%)에 견줘 곱절 넘게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한전이 판매하는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않으며 대규모 손실을 본 여파다. 한전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기록한 누적 영업손실은 47조원에 이른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회 연속 전기요금을 올려 지금은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난 상태다. 그러나 증권사 3곳 이상이 전망한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적자 전망 값은 약 7조원이다. 흑자 전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전의 실적 회복이 늦어지면 외부 자금을 끌어와 기존 빚을 상환하는 ‘빚 돌려막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전이 발행하는 회사채인 한전채 발행액은 2020년 4조1천억원에서 2021년 12조2천억원, 지난해에는 37조2천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도 상반기(1∼6월)에만 11조4천억원어치를 신규 발행했다. 한전채 누적 발행 잔액은 78조9천억원이다.
이는 현행 한국전력공사법상 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인 104조6천억원에는 아직 못 미치는 규모다. 그러나 여기에 올해 영업손실 7조원이 추가되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이 지난해 말 기준 약 21조원에서 약 14조원으로 쪼그라들며 한전채 발행 한도도 기존 발행 잔액보다도 적은 70조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긴급한 경우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6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는 있다”면서도 “전기요금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반등하며 한전의 수익 구조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 6월 이후 현재까지는 전기 판매 흑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오는 2026년까지 한전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달성되려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내리거나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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