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아디다스 등 가맹 본사의 계약 갱신 거절로 인한 갈등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과거에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대해 점검을 하지 않고 신고 시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공정위는 지난 2019년 내놓은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행점검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이드라인은 가맹사업법상 10년 계약 갱신 요구권이 사실상 10년 이상 장기 점포의 계약 거절의 근거로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마련된 지침이다. 2019년 당시 공정위는 점포 운영자의 실정법 위반 등 법적 갱신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갱신을 허용하고, 가맹점주에게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7월 문을 연 천안두정역 드라이브 스루 매장(직영점). 한국맥도날드 제공
당시 공정위는 10년 이상 된 가맹브랜드의 개수가 817개로 전체 브랜드의 13.5%를 차지하고 가맹점 숫자로는 14만7400여 점포로 전체의 60.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발표 뒤 4년이 넘도록 공정위는 이행점검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또한 공정위에 접수된 계약 갱신 거절 관련 신고에 대한 처리도 소극적이었다. 2019년 5월 공정위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이후 올해 8월까지 공정위에 접수된 갱신거절 관련 신고 건수는 단 9건에 불과했는데, 공정위는 이 중 5건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가맹기업에 조처한 경우는 시정 명령 1건, 경고 1건으로 단 2건에 그쳤다. 무혐의 처리된 사유를 보면, 공정위는 10년 계약 기간이 종료하고, 계약갱신 기준을 사전에 신고인에게 통지할 경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최근 맥도날드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가맹계약 갱신 거절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사례와 대규모 점포 계약 해지 사태를 겪고 있는 아디다스 등 가맹기업에서 갱신 거절에 따른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신고 건수가 9건에 불과한 것은 공정위 신고까지 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가맹점주가 많지 않은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계약 갱신 거절을 당하면 대부분은 공정위 신고는 커녕 분쟁조정 절차조차 밟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더기 가맹 계약 종료로 국정감사 도마에 오른 아디다스. 연합뉴스
가맹계약 갱신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는 현실은 분쟁조정 처리 현황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최근 5년간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가맹점 계약갱신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모두 29건이었는데, 이중 조정이 된 사례는 9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조정과정을 모두 거쳤음에도 본사가 결과를 거부한 경우(2건)도 있었다.
김종민 의원은 “우리나라는 가맹계약 보장 기간이 10년으로 유독 짧은데, 공정위가 이 조항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도 4년이 넘도록 이행점검조차 하지 않은 점은 직무유기”라며 “분쟁이 끊이지 않는 만큼 더 강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를 고민해 가맹계약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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