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수서역 승강장에 고속열차 SRT이 정차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9월 추가 개통된 에스알(SR)의 고속열차 에스알티(SRT) 3개 신규 노선(경전선·전라선·동해선)의 이용률이 12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정부 예상이 나왔다. 승객 수요에 견줘 에스알의 보유 열차 수가 부족한 탓으로, 상대적으로 보유 열차 수가 넉넉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케이티엑스(KTX)를 서울 강남 수서역 시·도착 노선에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국토부의 ‘수서발 고속철도 운행 확대 면허발급’ 검토 자료를 보면, 국토부는 진주·여수·포항과 서울 강남 수서역을 오가는 에스알의 3개 신규노선 하루 승객 규모를 6095명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3개 노선의 평균 이용률은 하루 123.8%에 이른다. 기존에 운영 중인 2개 노선(경부선·호남선)의 올 상반기 평균 이용률도 128%로 130%에 가까웠다. 국토부가 추가 노선의 ‘탑승객 과포화’ 및 예약 전쟁을 이미 예상했는데도 ‘수서역 에스알티 독점’ 정책을 고수하며 케이티엑스 대체투입 같은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에스알티의 높은 이용률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스알은 현재 32편성(22편성은 한국철도공사에서 임차 중)을 가동 중이며, 이용률을 낮추기 위해 최근 발주한 신규 열차 14편성은 일러도 2027년에야 실제 운행에 투입될 전망이다. 늘어난 열차를 감당하기 위한 평택∼오송 구간 선로용량 확대도 2027년에 마무리된다. 에스알티 이용자들은 앞으로도 최소 3년 이상 ‘예약 전쟁’에 시달려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 수서역은 에스알티만 독점적으로 쓰게 하는 국토부의 현행 정책이 합리적 자원 배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티엑스 경부선 이용률은 지난 9월 기준 주중 92%, 주말 108%로 빠듯하게나마 수요를 얼추 맞추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코레일이 보유 중인 남는 케이티엑스를 수서∼부산에 투입하는 게 더 효율적이란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케이티엑스를 수서∼부산에 투입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고려할 게 많아 당장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대신 코레일이 여분의 열차를 에스알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런 조처는 코레일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가 에스알에 3개 신규노선 면허를 발급하며 제시한 ‘철도사업 면허 조건’에서 공영지배구조 유지를 강제하는 조항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앞서 에스알에 경부선·호남선 면허를 발급했던 2013년에는 ‘주식 발행 또는 지분 양도시엔 주식 인수인을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으로 제한해 공영지배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면허 조건에 포함시킨 바 있다. 박상혁 의원은 “에스알은 설립 초기부터 민영화 우려가 많아 공공성 유지 조항을 면허 조건에 넣도록 했던 것인데, 3개 추가 노선 면허에선 돌연 빠져 국토부가 향후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2개 노선 면허 유지 조건엔 공영지배구조 유지 조항이 계속 남아 있다”며 “민영화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