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송정역에 들어서는 수서고속철(SRT). 연합뉴스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수서역을 오가는 에스알티(SRT) 고속열차 노선이 2개에서 5개로 늘어나면서, 부산·신경주·울산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에스알티 경부고속선 좌석은 되레 하루 4100석(주중 기준)씩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스알(SR) 보유 열차 수가 부족한 탓에, 노선이 늘어나는 만큼 투입 열차 수를 늘리지 못한 결과다. 부산시는 기존 에스알티 경부선 열차 일부를 다른 노선으로 옮기는 대신 수서역을 오가는 케이티엑스(KTX) 투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현행 철도 경쟁 체제에서는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토부와 에스알티 운영사인 에스알(SR)의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달부터 경전선(수서역∼진주역), 동해선(수서역∼포항역), 전라선(수서역∼여수엑스포역)에서 에스알티가 하루 왕복 2회씩 운행 된다. 이에 따라 진주·여수·포항 쪽 주민들이 서울 강남권으로 이동하고 싶을 때 서울역을 향하는 케이티엑스(KTX)를 탄 뒤 동대구역이나 익산역에서 에스알티로 옮겨 타야 했던 어려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게 됐다.
반면에 부산·울산·신경주 주민들로선 수서역을 오가는 열차가 대폭 줄어든다.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 도입과 함께 탄생한 에스알은 2016년 개통 때부터 보유 차량 중 상당수(현재 32편성 가운데 22편성)를 코레일의 케이티엑스를 리스 형태로 빌려 쓰는 중인데, 이번 노선 확대를 앞두고도 필요한 차량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에스알티 경부선 열차는 주중(월요일∼목요일) 하루 5회(왕복 40회→35회) 감소하고, 주말에는 하루 운행 횟수(왕복 40회)는 유지되지만 투입되는 열차가 중련편성(두 개의 열차를 연결한 열차)에서 한 개 열차로 바뀐다. 결과적으로 금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부선 좌석수가 하루 4100석(왕복) 줄고, 금요일엔 2460석 감소하게 된다.
부산시는 국토부에 여러 차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부산시 도시철도운영팀장 등은 지난달 26일 국토부를 방문해 “부산 시민이 납들할 수 있는 불편 최소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7일에는 공문을 통해 “부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고, 수서역을 향하는 에스알티 좌석 점유율이 평일에도 70%를 상회한다”며 “대체 차량을 투입할 경우 시·종점을 수서역으로 하는 케이티엑스 운행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수서역이 아닌 서울역을 오가는 케이티엑스를 투입(왕복 3회 증편)하기로 했다. 대체 차량을 투입하긴 했지만, 수서역으로 가려면 케이티엑스를 탄 뒤 에스알티로 갈아타야 하는 어려움이 이제 부산 시민들에게 일부 넘어간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에스알과 코레일의 요금과 한국철도공단에 지불하는 선로 사용료가 서로 다르고, 평택과 오송 사이 선로용량이 한계에 가까운 상태”라며 “현재 철도 (경쟁)운영체제를 크게 뒤흔들지 않는 선에서 수서발 고속열차 노선 확대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관계자는 “요금과 선로사용료 차이는 애초 정부가 경쟁 체제를 설계하며 차등적으로 정해놓은 것이고, 평택∼오송 구간은 케이티엑스가 서울역으로 향하나 수서역으로 향하나 똑같이 지나는 구간”이라며 “선로 용량이 제한적이라면 더욱더 사라진 수서∼부산 노선을 채우는 쪽으로 케이티엑스가 투입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의 수서발 케이티엑스 운행 불가 방침에 반발해 9월 파업을 예고해둔 상태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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