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4대 과학기술원 총장들로부터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날 회의는 연구개발(R&D) 시스템 혁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과기정통부 제공
윤석열 정부가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현직 연구원 98%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문제삼고 있는 ‘연구개발 카르텔’에 대해서도 83.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단체와 노동조합 등 9개 조직으로 구성된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9일 교수·연구원·박사후연구원·대학원생 2887명을 상대로 ‘정부 알앤디(R&D) 예산 삭감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이 91.9%, ‘바람직하지 않은 편’이라는 대답이 6.3%에 달했다고 24일 밝혔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의 연령별 분포는 30대가 94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896명, 50대 667명, 20대 259명, 60대 125명 순이다. 재직기간 기준으로는 20년 이상이 710명(24.6%)으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은 정부가 ‘연구개발 카르텔’을 주장하면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점(24.1%)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어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18.7%), 준비가 부족한 과학기술 정책 방향(17.1%), 연구 현장 소리 미반영(16.7%) 등을 들었다. 연구 현장에 카르텔이 존재하냐는 질문에는 83.3%가 ‘(존재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알앤디 예산 삭감이 가져올 문제로는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를 꼽은 응답이 39.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장 연구원의 사기 저하(26.9%), 연구인력 국외 유출 심화(13.8%), 대학 이공계 기피 현상(13.1%) 등을 꼽았다. 36.8%는 예산 삭감 전 과학기술혁신본부 원안을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권에 따라 연구개발 정책을 바꾸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도 34%에 달했다.
민형배 의원은 “대다수 연구원들이 ‘알앤디 카르텔’에 대한 설명 부족과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며 “정기국회 예산 심사 때 꼼꼼히 따져, 예산 복원을 통해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를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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