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20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2024년도 예산에 대해 최종 합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 홍익표 원내대표,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추경호 경제부총리, 송언석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 공동취재사진
국회가 656조원이 넘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감액 예산의 90%, 증액 예산의 100%를 회의록조차 남지 않는 비공식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양당의 ‘밀실’ 예산 협상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4일 발표한 ‘2024년 예산 국회 심의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국회는 지난 21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에 앞서 또다시 ‘소소위’를 가동해 대부분의 감액·증액 예산을 결정했다. 소소위란 국회 공식적인 예산 심의 절차에 없는 비공개 회의체다. 공식적인 심의 절차는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소위원회 심의,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 의결, 본회의 통과 순으로 구성되는데, 소소위는 통상 예산결산특위 소위 이후 비공개로 가동된다. 공개도 되지 않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거대 양당 주도의 밀실 협상 테이블이다. 예결위원장(서삼석)과 여야 예결위 간사(송언석·강훈식), 기재부 2차관(김완섭) 등 소수 인원만 참석한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 결과 감액 예산 4조7154억원 가운데 90%에 이르는 4조2282억원이 이런 소소위에서 결정됐다. 10%에 해당하는 4873억원만 회의록이 남는 예결위 소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증액 예산도 4조4822억원 전액이 소소위에서 결정됐다. 연구소는 “공식적인 절차인 예산결산특위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며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협상과 타협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가 아니라 대부분의 감액·증액 예산을 밀실에서 결정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밀실’ 협상을 관통한 테마는 내년도 ‘총선’이었다는 지적도 거듭 나온다. 여야는 예비비,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일시차입금 이자 상환, 청년도약계좌사업 출연금액 등을 삭감해 증액을 위한 ‘빈 공간’을 확보했다. 그런 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새만금 관련 예산, 알앤디(R&D) 예산 증액과 함께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성 예산을 대거 신규 책정하거나 금액을 늘렸다. 연구소는 “특히 내년 예산에 종교단체 지원 예산과 지역 개발사업 타당성 용역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며 “불가피한 소소위는 속기록을 반드시 남기고, 소소위 가동의 이유가 되는 예산 심의 시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정감사를 더 일찍 하는 등 국회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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