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의 한 축산농가에서 수의사가 럼피스킨병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서산시 제공
소 피부병인 ‘럼피스킨병’이 국내 첫 발생 닷새 만에 인천·강원을 포함한 전국 12개 시·군 34개 농장으로 번지며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우 도매가격이 뛰는 등 가격 불안 조짐도 있다. 정부는 방역을 강화하고 다음달 초까지 모든 소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할 방침이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저녁 7시 기준 럼피스킨병 확진을 받은 농장은 모두 34곳이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시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온 뒤 경기·충북·인천·강원·전북 지역 등으로 확대됐다. 확진된 농장에서 살처분한 소는 약 1천마리다.
럼피스킨병은 모기·파리·진드기 등 흡혈 곤충이나 분비물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된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높지 않지만, 전염성이 높은 데다 이 병에 걸린 소는 혹과 고열 등이 나고 우유 생산 감소, 유산, 불임 등을 겪는다. 방역 당국은 럼피스킨병 바이러스가 지난달 중순쯤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실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잠복기가 최장 28일(세계동물보건기구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확진 사례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현재 정부가 보유 중인 럼피스킨병 백신 54만마리분을 이용해 확진 지역 주변 농장을 대상으로 5일 이내에 백신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까지 튀르키에·남아공·네덜란드 등에서 백신 400만마리분을 추가로 수입해 다음달 초까지 전국 모든 소의 백신 접종을 마칠 방침이다. 전염병 발생 농장 살처분, 인근 지역을 포함한 소 이동 제한(도축장 출하 제외), 긴급 소독, 흡혈 곤충 방제 등 방역 조처도 계속 추진한다.
중수본은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 기간인 3주가 지난 다음달 말쯤에는 럼피스킨병 발생이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소에 면역이 생기면 바이러스 확산세도 주춤해지리라는 얘기다. 백신을 통한 항체 유지 기간은 1년가량이다.
한우 공급 축소 등으로 인한 가격 불안 우려도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전날 한우 도매가격은 킬로그램(kg)당 평균 2만53원으로 럼피스킨병 발생 이전인 지난 17일(1만7723원)에 견줘 13.1% 올랐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현재 살처분한 소는 젖소와 육우를 포함해 1천마리 정도로, 전체 한우가 356만마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럼피스킨병 발생 직후 이동 제한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영향받은 출하 물량도 정상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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