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함께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일정이 시작되는 가운데, 올해 6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수결손에 이어 내년에도 6조원가량 세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이 나왔다.
30일 예산정책처(예정처)가 최근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예정처는 내년 국세가 361조4천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며 밝힌 내년도 국세 수입 전망치(367조4천억원)에 견줘 6조원 적은 규모다. 두 기관의 국세 수입 전망치에 차이가 발생한 것은, 예정처에 견줘 기재부의 내년 경제 전망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예정처 세수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입 예산이 6조원 부족해지게 된다. 올해엔 애초 예정처의 전망이 기재부보다 좀더 현실에 가까웠다.
내년 이후 재정적자 수준에 대해서도 예정처 전망이 기재부보다 더 어둡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내놓은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내년 3.9%, 2025년 2.9%를 지나 2027년에는 2.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예정처는 내년 4.3%, 2025년 3.5%, 2027년 3.0%를 예상했다. 내년은 물론이고 2027년까지도 재정적자 비율이 기재부 목표치(적자 비율 3% 이내)를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예정처는 기재부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 둘 다 과소 추계함으로써 재정적자 규모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고 지적했다. 의무지출 영역에선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의료급여 등 일부 복지 분야 의무지출 항목에 대해 자연 증가분을 반영하지 않고, 2024~2027년 기간 동일한 금액 지출을 계획한 것을 꼬집었다. 또 2025~2027년 기간 재량지출 증가율을 0.8~2.0%로 과도하게 낮게 적용했고, 2025년에 명확한 근거 없이 세외수입을 일시적으로 증액 계산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예정처는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해 대규모 세수결손으로 지방교부세 등 예산 불용(약 23조원) 계획까지 발표되며 정부 지출이 축소된 것이, 1%대 초반으로 성장률이 하락한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경기 대응 등 재정 본연의 역할보다 재정수지 등 표면적 지표 관리를 우선시하면,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재정수입 부진도 길어져 오히려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저해한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과도한 긴축 집착이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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