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디렉터스 서밋 2023’ 패널토의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제공
이사회 권한을 지속적으로 키워온 에스케이(SK)그룹이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감독 기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사회가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경영시스템을 손볼 방침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제대로 되려면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등 과제가 만만찮은데,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에스케이그룹은 지난달 31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14개 계열·관계사 사외이사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에스케이 성장을 위한 통찰력’을 주제로 ‘디렉터스 서밋 2023’을 열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감독 강화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거버넌스 스토리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사외이사들과의 패널 토의에 참여해 이사회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이사회는, 시이오(CEO)가 균형감 있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경영활동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이사회가 임원 및 구성원들과의 소통 활성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회사의 문제와 불편을 해결하고 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에스케이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확대를 위해,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의가 회사 내부 감사기구를 직접 감독함으로써 경영 리스크를 사전·사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이사회가 수립한 정책과 규정에 맞춰 경영진과 구성원이 투자·경영 관련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날 서밋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에스케이 이사회가 회사 내부 감사기구를 직접 감독해 경영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것과, 최 회장이 직접 이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점 등 두 가지다. 이사회가 명실상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더 싣는 모양새다.
에스케이그룹은 지배구조 체계 혁신을 위해 2021년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스토리’ 추진을 선언했고, 지난해부터 핵심 회의체로 ‘디렉터스 서밋’을 열어왔다. 올해 들어서는 디렉터스 서밋을 확대경영회의, 이천포럼, 시이오 세미나와 함께 그룹 주요 전략회의로 격상시켜 정례화했다.
에스케이의 이사회 권한 강화는 그룹 사업 조정과 전략 수립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삼성 사업지원티에프(TF)·준범감시위원회 체제와 비교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의 중요성을 언급하긴 했으나, 이들 기구의 위상과 역할 탓에 삼성 내 이사회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편이다. 다만 삼성그룹은 그룹 안팎에서 거론되던 미래전략실(옛 회장 비서실) 부활은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삼성에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의 이사회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진전이지만, 삼성이든 에스케이든 (기존 거수기의) 물갈이가 필요하다. 독립성 없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고 한들 (이사회 중심 경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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