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을 사고파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자체 앱 내 결제(인앱 결제)’ 구조를 통해 수수료를 강제해온 구글이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낸 반독점 소송에서 패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모바일의 앱 시장을 장악해온 구글처럼 독점적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의 행태에 대해 ‘반경쟁적’이므로 ‘우회할 방법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이 에픽게임즈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배심원단 전원 일치로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수수료 정책을 부당하게 여겨 이를 우회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가 구글로부터 ‘퇴출’을 당한 뒤 “이는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반경쟁적 행위”라며 소송을 냈다.
그동안 구글은 게임 이용자들이 결제를 할 때마다 플레이스토어의 ‘인앱 구매’ 구조를 통해 거래액의 15∼30%를 수수료로 받아왔다. 배심원단은 구글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결제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독점 운영했으며 둘은 불법적으로 유착되어 있다”며 “이에 따라 에픽게임즈가 피해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또 게임 개발사 등이 다른 앱 장터 플랫폼 이용을 못하도록 하는 계약인 프로젝트 허그(Project Hug)도 반경쟁적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소송에서 법원은 2021년 1심에 이어 지난 4월 항소심에서도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이 반독점 위반 사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구체 내용을 보면 당시 쟁점이 된 10개 사항 가운데 애플이 9개에 대해 이겼지만 법원은 애플에 외부 결제 시스템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애플과 달리 배심원단에 의해 결정됐다.
배심원단의 평결에 따라 구글과 에픽게임즈는 내년 1월 제임스 도나토 판사를 만나 구제책을 논의하게 될 전망이다. 에픽게임즈는 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모든 앱 개발자가 안드로이드에 자체 앱 스토어와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요구해왔다. 구글이 항소할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