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금융감독원·산업은행 등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28일 오전 긴급 비상회의를 열어 “대주주의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주채권은행 등 채권단과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 방안 논의에 나섰다“고 밝혔다. 정부는 “태영그룹‧대주주는 그동안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더불어 워크아웃을 위해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하였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를 구체화하는 중”이라며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충분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8일 현재 태영건설의 국내 건설사업장 시공·분양 현황 및 금융권 익스포저(여신·채무보증 등) 규모를 알아본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28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앞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석훈 산업은행장,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등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발표하기 위해 회의실을 빠져 나오고 있다. 2023.12.28 연합뉴스
태영건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중인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은 총 60개(지난 9월말 기준, 금융권 익스포져 보유)다. 당국은 “양호한 사업장은 계속시공 및 정상 사업추진, 유사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활용한 분양계약자 보호 및 분양대금 환급 조치, 정상진행에 어려운 사업장은 시공사교체‧재구조화‧매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이 분양진행중인 사업장은 22개다. 태영건설이 참여중인 국내 사업장 관련 협력업체는 총 581개다. 당국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과 협력업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금리인하 등을 신속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에 분양이 진행되어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 1만9869세대이다. 이 중에 14개 사업장(1만2395세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다. 이들 사업장은 태영건설의 계속공사 또는 필요시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 진행(분양이행 등)해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엔 HUG 주택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할 수 있다. 분양계약자의 2/3 이상이 희망할 경우 환급이행 절차를 진행한다.
태영건설이 진행중인 공사는 총 140건이다. 수익성 검토 등을 거쳐 태영건설 또는 공동도급사가 공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인데, 태영건설이나 공동도급사가 공사 이행이 어려울 경우 신탁사 또는 보증기관(공사이행, 분양보증 등)이 대체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행할 수 있다.
태영건설이 진행중인 공사 관련 협력업체는 총 581개사로,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1096건 중에 1057건(96%)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 있다. 즉 원도급사 부실화 등으로 협력업체가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 등을 통해 대신 하도급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이 위치한 태영빌딩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는 4조5800억원(태영건설 직접 여신 5400억원, 태영건설 자체 시행중인 PF사업장 29개의 익스포져 4조300억원)이다. 익스포져의 대부분은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한 은행‧보험업권이 보유 중이다. 비은행 금융기관 익스포져도 다수 금융회사에 분산돼 있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비은행권 익스포져는 여신전문회사 5000억원, 새마을금고 4700억원, 상호신용금고 1800억원, 저축은행 700억원 등이다.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쪽은 회사채와 기업어음 및 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이다. 정부는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기업어음(CP)과 건설사 보증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하기로 했다. 또 이번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회피 강화와 기업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저신용 기업들의 시장성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P-CBO 프로그램 규모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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