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1990년대 세계화 이후 30년 만에 최악의 저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나왔다.
세계은행은 9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 6.2%에서 2022년 3.0%, 지난해 2.6%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성장세가 둔화하리라는 것이다. 이 기구는 “긴축 통화 정책과 경기 제약적인 금융 상황, 취약한 세계 무역 및 투자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이 더 둔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값도 지난해 6월 제시한 3.0%에서 이번에 2.7%로 하향했다. 올해 이후에도 성장률 반등폭이 크지 않을 거란 얘기다. 세계은행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대부분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10년(2010∼2019년)보다 올해와 내년에 더 느리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라별로 미국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각각 1.6%, 4.5%로 지난해에 견줘 0.9%포인트, 0.7%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봤다.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 축소, 고금리·고용 둔화 등으로 미국 내 소비·투자가 주춤하고 중국도 소비 감소, 부동산시장 불안 등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이 기구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최근 3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굴러떨어졌다고 우려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대적인 방향 수정이 없다면 2020년대는 기회를 낭비한 10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방향 수정과 관련해 각국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 강화, 기후 변화 대응, 국제 무역 촉진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전망 보고서에는 최초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중 과거 투자 활성화를 통해 성장을 이끈 주요 10개국 분석도 담겼다. 한국은 외환위기 전인 1985∼1996년, 위기 이후인 1999∼2007년 투자가 연평균 9.2%씩 늘어나, 이 사례에 포함됐다. 1970년대 후반 정부 주도의 성장 전략과 긴축 재정 등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의 조합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외환위기 당시 재벌·기업 개혁, 자본시장 개방 등 구조개혁을 단행한 게 투자를 촉진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